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년…입법 공백에 의견 조율조차 안된 與ㆍ野

여성 / 이재혁 / 2021-04-13 19:10:23
국회 개정 입법 촉구에도 지지부진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9년 4월11일 낙태죄에 대해 일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지 어언 2년, 낙태죄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국회는 낙태죄 조항을 개정하지 못한 채 헌재가 명시한 개선입법 기한을 넘기며 일각에서 우려하던 낙태죄 입법 공백이 현실화됐다. 여러 의견들이 엇갈리는 가운데 모두 국회의 개정 입법을 촉구하고 있어 조속한 처리가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의견조율조차 지지부진해 입법 공백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법무부 입법예고안을 보면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산부 본인의 의사에 따라 임신 중단을 할 수 있게 했다. 이후 15주에서 24주 사이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낙태 허용 사유에 더해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시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 중단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합법적으로 낙태 시술 범위를 정한다는 골자의 해당 안은 여전히 낙태 시술을 범죄의 영역으로 본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일부 여성단체는 여성의 자기낙태죄 처벌이 필요하다는 관점을 개선하고 특정사유에 한해 여성의 결정권을 인정해야한다는 의견이다.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지난달 8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할 수 있는 보건의료 인프라와 전달체계를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국회에서는 이미 지난 해 발의된 권리 보장 방향의 모자보건법 개정안뿐만 아니라 올해 비범죄화 상황에서 불필요한 현행법의 제약을 없애고 임신중지 관련 의료 행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 위한 법안들이 제출됐음에도 관련 논의가 미뤄지며 여전히 계류 상태로 남아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임신중지 관련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하고 그에 따른 권리 보장 체계를 마련할 수 있는 법 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고 강조했다.

반면 시민단체 연합체인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등은 꾸준히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며 개선입법 개정을 거듭 촉구하는 실정이다. 태아의 생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며 국회와 정치권은 속히 태아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라는 것.

행동하는프로라이프는 지난해 12월 긴급성명을 통해 “(국회는)1년 8개월의 짧지 않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정쟁에 모든 시간을 허비하고 급기야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자체가 무효화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며 “매년 잉태되는 수백만의 태아들은 낙태의 위협 앞에 아무런 보호 없이 무차별 폭력에 노출되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입법부로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낙태법 개정 입법에 적극 나서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 또한 “헌재에서 개선 입법 기한을 제시했고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은 정부와 입법기관의 직무유기”라며 “무책임한 처사고 혼란을 더욱 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직)대한산부인과의사회를 비롯한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의 안전성을 고려해 사유의 제한 없는 낙태 허용시기는 임신 10주 미만으로 할 것과 태아 생존 가능성이 있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의사 자율적으로 지킬수 있는 공고안을 제시했지만 이는 의사회 차원의 권고일 뿐 규제가 아니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어느 주수까지 낙태 시술을 허용할 것인지, 의사의 낙태 시술 관련 진료거부권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입법이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 여야 의원들은 의견조율조차 원활치 못한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산모의 요구에 따른 제한 없는 낙태 허용 10주, 사회경제적 이유에 따른 예외 적용 20주를 규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발의에 앞서 이미 여당 측에서 낸 법안이 있었고 해당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돼 그 이후 발의된 유사한 법안은 법안소위에서 심사를 하게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그러나 (조 의원 법안은)한번도 법안소위 안건으로 채택된 바 없다. 협상 테이블 자체를 열어주지 않는다”며 “낙태를 아예 못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고 일단 법안에 대해 논의라도 좀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달 내에도 논의가 이뤄질지는 잘 모르겠다”며 “법사위 간사실에 법안소위 안건 상정을 계속 요청중이지만 여당 입장에서는 급한 것도 아니고 당분간 이대로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낙태죄 폐지 법안을 발의한 권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복지위나 법사위나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4월 국회에서 처리를 하겠다던지 소위에서 심사를 하겠다던지 등 현재로선 상정의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계자는 “복지위 소위엔 한번 올라갔다가 현재 다른 법안에 밀려 못 다뤄지는 상태”라며 “법사위에 걸려있지 않느냐. 그쪽 논의가 어느정도 연결이 돼서 복지위로 넘어와야하는데 법사위측에서 (낙태법을)당장 다룰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한 법사위 내부 여야 의원들 간 이견 차이를 얼마나 좁혔는가에 대한 질문에 “자세히는 모르겠다”며 “여야를 떠나서 법사위 자체에서 워낙 협의과정에 우선순위를 두는 법안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형법 같은 경우는 이미 그 자체가 효력을 잃었기 때문에 이를 전제로 해서 급여지원이나 미프진 신속도입 등 후속 논의가 가능하다고 보여지지만 현재 입법지형은 형법단위의 논의가 어떤 식으로든 갈무리가 돼야 추후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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