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반대로 뭉쳤던 보건의료계…현 주소는 '직역갈등'

의료기기 사용, 의기법 등 직역갈등 논란 대두

박민욱

hopewe@mdtoday.co.kr | 2015-02-11 20:16:23

▲2014년 6개 보건의료단체 공동기자회견 (사진=DB)

지난해 원격의료 반대를 외치며 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 각 지역단체들이 하나로 뭉쳤지만 2015년 현재 서로 직역간의 이기주의로 반목을 거듭하고 있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해 의협-한의협이 갈등 중이며 의기법과 관련해 치협-치위생사가 대립 중에 있어 직역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으로 하나된 ‘보건의료단체’

보건의료단체는 각 직역의 이익을 대표하면서 의약분업, 수가인상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해 종종 대립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가 의료법인 자법인 설립, 부대사업 완화, 원격의료 등 투자활성화 정책을 발표하자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보건의료단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를 외치며 똘똘 뭉쳤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영리화 정책을 막겠다고 밝혔다.

또한 보건의료단체들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가 자본과 재벌의 돈벌이를 위해 훼손될 수 없다며 국민건강을 지킨다는 슬로건을 걸고 거리로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정부와 보건의료단체들은 의료계 현안을 두고 의견조율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의료발전협의체가 해산됐고 2014년 3월 10일 의료계는 독자적으로 총파업을 강행했다.

그래도 전반적 보건의료계는 한 목소리로 의료영리화 및 원격진료에 대해 반대입장을 고수했으며 지난해 12월 정부가 경제자유구역내 외국인 의료기관 개설기준의 완화를 추진하자 이번에도 의협, 치협, 한의협, 약사회, 간협 등 5개 보건의약단체들이 나서 강력 저지를 선언하며 2014년에는 보건의료단체가 의료정책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추무진 회장-김필건 회장 (사진=DB)

◇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두고 의료계-한의계 갈등

이처럼 하나로 뭉친 보건의료계는 올해 본격적으로 삐걱거렸다. 그 시작이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두고 의협과 한의협이 대립각을 새운 것이다.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한의사들은 “국민들에게 할 수 있는 진료의 영역은 많지만 법적 제한 등의 이유로 어려운 경우가 있다. 국민의 의료혜택을 위해서 필요하다”며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주장했다.

이에 의사들은 “해부학적 기준이 다른데 한의사가 CT 등을 통해 진단한다는 것은 한다는 것은 상식의 문제이다”고 반발했었다.

이런 논란 가운데 지난해 12월 말 국무조정실은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통해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의료계는 즉각적으로 반발했고 의협 회장은 복지부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의협 추무진 회장은 “의료법상 규정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의료행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겠다고 공헌한 것이다”고 언급했다.

반면 한의계는 최근 사법부의 허용의견 등의 판결로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이미 정부가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활용은 한의사가 환자를 진단하는데 있어서 객관성을 부여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한의사들의 기기 사용 제한을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급기야 이 두 단체장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이 국민건강권을 위한다면서 단식투쟁을 했다.

먼저 의협 추무진 회장은 지난 1월 20일부터 의협 회관 앞마당에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이 담긴 정부의 규제기요틴 정책에 맞서 단식에 돌입한다고 선언하고 6일만에 중단했다.

이어 한의협 김필건 회장은 1월 28일 서울상공회의소 앞에서 규제 기요틴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길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바라보는 시민들은 직역 간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의협회관에서 열린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의료정책포럼에서 시민단체는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간 갈등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의료계와 한의계가 극단적인 사례들을 가지고 주장하고 있어 국민들의 눈에는 그저 직역간의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데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 ‘의기법’ 시행앞두고 치위생사-간호조무사 좁혀지지 않는 거리

의료계와 한의계도 대립하고 있지만 일명 의기법을 두고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간호조무사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1년 11월 16일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시행령(이하 의기법)이 개정됨에 따라 기존에 광범위하게 정의 되어 있던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가 세분화되어 개정 됐다.

하지만 치과위생사 수급부족 및 간호조무사만 근무하는 기관이 30% 이상이 됨에 따라, 치과계 혼란을 우려해 유예기간을 적용해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치과위생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4자 대표단체는 TF를 구성해 회의를 진행했지만 지난해 11월 회의부터 간호조무사협회에서 치과의료기관 근무 간호조무사의 법적인 제도 마련과 시행 유예기간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불참 선언을 한 상태이다.

이에 맞서 치위생사협회에서는 “간호조무사의 의기법 시행령에 명시된 업무의 경우 어떠한 경우도 간호조무사가 행할 수 없으며 유예가 종료되는 2월 말부터 치과의료기관에서 불법적인 위임행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양 협회 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각 단체의 의견으로만 보면 치과위생사만 근무하는 치과의료기관 주요도시 평균 33%과 간호조무사만 근무하는 치과의료기관 주요도시 평균 21%에서 치과의원 절반이상이 탈법의 소지를 안게 된다.

구체적으로 치과위생사만 근무할 경우 수술 보조, 주사행위, 생체활력징후측정 등을 위해 간호조무사를 구인하거나 치과의사가 직접 치과위생사를 도와 행해야하며 간호조무사만 근무하는 경우 모든 업무를 치과의사가 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협은 “이런 치과근무 직역간의 갈등은 단순 치과계 뿐만 아니라 의료계 모든 직역 간 갈등으로 최근 확산되고 있으며, 이는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행위가 세분화, 전문화 되고 있음에도 의료법 및 관계 법령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반증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된 치과의료계 직역간의 상생을 위해서 관계법령의 현실화가 시급한 과제이며, 각 단체는 과격행동을 자제하고 국민을 위하는 치과의료가 실현 될 수 있도록 한걸음씩 양보하여 걸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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