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마음가짐이 치료에 좋은 영향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류마티스내과 김상현 교수
편집팀
editor@mdtoday.co.kr | 2009-01-10 08:47:36
대구에서 자라고 내과 전문의 과정까지 마친 후, 서울에서 류마티스학을 공부하고, 광주에서 진료를 시작했던 첫 날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첫 번째로 만난 목포 할머니와의 대화에서부터 난관이었다.
'할매, 어데 아파예?' '근게, 겁나게 징해부러잉!' '예? 뭐라꼬예?' '거시기, 손이 겁나게 징하당께!' 할 수 없이 간호사에게 물어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대구에 돌아온 요사이도 곧잘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내 자신에게 놀라곤 한다.
회진을 하다가 전공의들에게 '오늘 이 환자 분, 사진 찍어 부러라.'고 하면, 주위에서 웃음보가 터진다.
진료실에서 환우들을 만나다 보면 행복할 때도 안타까울 때도 많다.
병에 대한 그릇된 정보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고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환우들을 만나면 안타깝기 그지 없지만 적절한 치료와 긍정적인 마음으로 병을 이겨나가는 환우를 만나고 나면 오히려 필자의 하루가 즐거워진다.
많은 환우들 중 유독 생각나는 환우가 있다.
광주 조선대학교 병원에서 만났던 상진(가명)이라는 친구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치료를 받고 있던 상진(가명)이는 그동안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어서 의료진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만성 염증성 질환인 류마티스 관절염은 제대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늘 고통과 불면증에 시달린다.
급기야, 우울증이 동반되는 2차성 섬유근통증이라는 병까지 합병이 된다. 얼굴도 잘생기고 머리도 명석해 보이는 상진이의 얼굴에 그늘이 커 보였다.
우선 상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마음이 착한 상진이지만 부모님과 누나들을 많이 괴롭히고 있었다. 조그만 일에도 쉽게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신을 아프게 낳아주었다고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만 내고 있었다.
또 좋아하는 농구도 마음대로 못하고, 친구들보다 공부 시간이 적어 성적이 떨어지는 현실도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서, 필자도 고등학교 때 큰 수술을 받아 거의 1년 이상 책을 보지 못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하지만, 수술이 잘 되어서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상진이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답은 너무나 훌륭했다. '류마티스내과 의사가 되어서 저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싶어요'
‘너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가 도움을 줘도 될까? 질병이 네게 왔을 때는 다 뜻이 있는 거야. 알고 보면 그 뜻은 자기발전을 위한 것이고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야.'라고 위로하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관절염 약을 써보면 사람마다 반응이 다양한데 상진이에게는 마침 최근에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의 일종인 '인플릭시맙'이라는 약의 반응이 좋았다.
학업 성적도 향상되어 상진이가 원하는 의과대학에 진학했다.
의과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필자를 찾아와, 류마티스 전문의가 되는 길을 자세히 물으면서 행복해 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상진이와 같이 류마티스 질환을 앓고 계신 많은 환우들이 삶의 의욕을 잃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류마티스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를 하고 열심히 치료를 한다면 완치되는 경우도 많은데, 정확하지 않은 정보와 잘못된 치료로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류마티스내과는 흔히 4차 병원이라고 불린다.
류마티스 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환우들이 초기에 류마티스 전문의를 찾지않고 여러 곳을 다니다가 정확한 진단을 놓치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류마티스내과를 찾아서 치료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모든 질환이 마찬가지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특히나 초기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에 개발된 류마티스 치료약들은 병의 진행을 상당히 억제시키고 호전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병을 이기겠다는 의지와 매사에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병을 이기는데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된다.
필자는 환우들께 이렇게 말씀드린다. '절대 좌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늘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시고 자기 관리만 철저히 하신다면 가까운 미래에 얼마든지 완치가 가능할 것입니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류마티스내과 김상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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