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혈액 수급 ‘비상’…“관심과 노력 필요”

병원ㆍ약국 / 이재혁 기자 / 2022-05-03 17:39:16
수술 진행에 지장…수술 시행 여부가 혈액재고량에 결정되기도
상급종병-종병간 혈액 보유량 격차↑
▲ 보라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 수 교수, 흉부외과 최재성 교수 (사진=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제공)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와 더불어 최근 오미크론 확산세로 인해 헌혈자 방문이 급감하고, 이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혈액 부족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확산은 둔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헌혈의 집과 같은 공공 헌혈기관 방문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헌혈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괴담까지 떠돌며 혈액 수급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보라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에게 현재 상황의 심각성과 헌혈의 중요성, 개선을 위한 과제 등을 들어본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전세계적으로 혈액재고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고령사회인 한국의 혈액 재고율에는 더욱 큰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이에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개인 및 단체헌혈 증대를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국의 혈액보유량 또한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전국 병·의원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각 의료기관에 나타나는 문제점은 첫째로 병원의 계획된 수술 진행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각종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수혈에 필요한 혈액이 사전에 확보돼야 하는데, 공급량이 수요량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특히 일정 수준의 수혈량 확보가 필요한 흉부외과 등을 중심으로 수술 일정이 지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는 예정된 일정에 수술을 받지 못해 불안함을 느끼고, 가족의 입장에서는 수술에 대한 걱정과 더불어 주변 지인에게 지정헌혈까지 부탁해야 하는 고민까지 늘어난 셈이다. 특히 응급상황에서 생명이 위독해 당장 수술이 필요한데 혈액 비축량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한 경우 환자와 그 가족이 짊어져야 할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응급으로 진행되는 수술이나 응급 장기이식과 같은 고난도 수술 시행 여부가 의료진의 역량이 아닌 혈액재고량에 따라 결정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부족한 혈액의 배분에 있어 혈액공급이 기존 혈액 사용량이 많은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이뤄짐에 따라, 종합병원급에서는 혈액 재고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의 혈액 보유량 차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어느 정도 격차를 보여 왔는데, 헌혈 감소로 혈액 공급량이 급감하다 보니 이러한 체감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적십자사가 각 의료기관으로 혈액을 공급하는 기준은 기존 혈액사용량이다. 의료기관도 적십자혈액원과 마찬가지로 며칠치의 보유량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하므로 혈액사용량이 많음은 곧 의료기관의 재고량도 그만큼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혈액사용량의 역설은 실혈을 최소한으로 하여 수술하는 술기 좋은 의사가 있고, 만성질환에서 환자에게 꼭 필요한 수혈만을 시행하고, 혈액은행에서 혈액관리를 잘 하고 있는 바람직한 병원은 기존의 혈액사용량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혈액보유량이 적어 공급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는 더욱 타격이 크다는 것.

특히 보라매병원과 같이 상급종합병원에 준하는 병원 규모와 역량, 수술대기 환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분류상 종합병원이며, 기존에 혈액사용량이 안정화돼 있었던 의료기관은 혈액공급량이 턱없이 모자란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헌혈에 대한 기존의 오해와 더불어 최근 오미크론 변이가 급격히 확산되며 “헌혈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 “백신 접종자의 혈액으로 병이 생길 수 있다” 등의 거짓 소문이 헌혈 참여율 개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떠도는 오해들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 우리 신체에 있는 전체 혈액량 중 일부는 비상시를 대비한 여유분이기 때문에 헌혈 후 지침에 따라 충분히 휴식하면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헌혈에 사용되는 기구들은 모두 청결하게 관리되고, 사용 후 모두 폐기되는 일회용을 사용하고 있어 헌혈 과정에서 다른 질병에 감염될 위험도 없다.

아울러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혈액 매개되는 감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혈액을 통해 전파된 예는 없으며, 코로나19 완치자 치료종료 후 10일 지난 후 헌혈한 혈액이나 건강인에서 코로나 백신 접종 7일 이후 헌혈한 혈액은 수혈자의 안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헌혈은 자신의 혈액으로 생명을 나누는 고귀한 행동이자,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또 의학기술이 발전한 현대에도 혈액은 아직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혈액을 대체할 물질도 없기 때문에 수술 중 수혈을 위한 혈액 공급은 오직 헌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혈액은 살아있는 세포이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농축적혈구는 최대 35일, 농축혈소판은 이보다 훨씬 짧은 최대 5일까지만 보관할 수 있어 지속적인 헌혈 참여가 이어져야만 한다.

현재 수급난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먼저 2년이 넘도록 장기화되고 있는 팬데믹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어야 하겠으나, 이와 함께 국민의 헌혈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범 정부차원의 노력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민 헌혈 인식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헌혈은 가치 있고 사회적으로 대접 받아야 할 값진 일이라고 응답했다. 국민 대다수가 생명 나눔을 위한 헌혈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독려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주요 헌혈층인 10-20대의 인구 감소율이 상승함에 따라 중장년층의 헌혈 참여 또한 더욱 확대돼야 하겠다.

더불어 혈액 수급 상황을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채혈금지대상자 기준에서 국내 말라리아 헌혈제한지역 방문과 같은 간접사유의 재검토, 혈액선별검사 부적격 기준에서 WHO에서도 더 이상 권고하지 않는 간기능 검사(ALT 검사) 등 불필요한 혈액폐기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

끝으로 혈액 재고가 없어 환자안전에 위기를 겪는 병원이 나타나지 않도록 의료기관별 혈액재고량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의료기관 간 보유량 편차를 줄여나가며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관계 기관들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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