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호트 격리’로 숨진 요양병원 입소자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제기

일반 / 이재혁 기자 / 2021-12-02 07:19:01
민변 “코호트 격리 법적 근거 미비”
코호트 격리조치 법적 문제점 짚는 첫 사례
▲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코호트 격리 조치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입소자의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사진=DB)

 

[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동일집단(코호트) 격리 조치돼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입소자의 유족이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일 서울 서초동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호트 격리로 인해 시설 내 고립된 채 사망한 피해자 A씨 유가족들의 요청을 받아 대리인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피해자 A씨의 유족 5명은 정부와 서울시, 구로구, B의료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민변에 따르면 B의료법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서는 지난해 12월 15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당일 코호트 격리조치가 시행됐다. 다음날에는 20여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A씨는 15일 코로나 검사를 받은 후 음성판정을 받고 병원 내 격리조치 됐고 이틀 후인 17일 2차 검사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타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했고, 병원에 격리된 상태로 같은 달 27일 숨을 거뒀다. 사망 원인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바이러스성 폐렴의증이었다.

유족들은 당시 A씨의 시신을 확인할 수 없었고, 유족 중 일부는 시신이 담긴 관을 유리벽 넘어로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사망한 바로 다음날 오후 바로 화장됐다.

이에 대해 민변은 “정부는 미흡한 사전조치로 A씨가 코로나19에 감염되게 한 책임과 부적절한 코호트 격리조치로 A씨에게 적정한 의료대응이 이뤄지지 못하게 해 사망에 이른 책임이 있다”며 “화장을 강제함으로써 유족들의 자기결정권 침해 및 정신적 피해에 대한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울시와 구로구는 코로나19 감염 이후 A씨를 즉각 다른 병원 또는 치료시설로 이송해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B의료법인에 대해서 민변은 “역학조사 결과 법인이 운영하던 요양병원은 수시 환기가 이뤄지지 않았고, 식당에는 칸막이가 없었으며 좌석 간격이 좁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뿐만 아니라 병원 내 공동이용 공간에서 직원과 거동 가능한 환자들의 동선이 겹치는 등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병원 내 조치가 부적절했다”고 전했다.

이에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감염은 병원 내 종사자로부터 이뤄졌을 개연성이 높으며, 결과적으로 의료법인의 부적절한 조치로 인해 감염됐을 개연성이 높아 감염 및 사망결과에 따른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소송의 공동대리인을 맡은 정제형 변호사는 “코호트 격리가 시행되더라도 내부의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검사를 통해 동일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끼리 격리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선 병원 밖 사람들에게 감염되는 걸 막겠다는 이유로 요양병원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감염이 발생하면 코호트 격리를 시행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호트 격리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점도 문제다.

정 변호사는 “격리 조치는 기본적으로 시설 내의 종사자와 거주자들을 시설 밖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제한해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최소한 법령에 그 조치를 시행할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코호트 격리는 감염병예방법 어디에서도 근거가 되는 법령이 불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코호트 격리 조치의 법적 문제점을 묻는 첫 사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메디컬투데이 이재혁 기자(dlwogur9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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