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앰코·하이닉스 하청 여성 노동자 유방암 ‘산재’ 인정
악취·분진·보호구 미착용 등 작업환경 실태가 판단 근거로 반영
박성하 기자
applek99@mdtoday.co.kr | 2026-04-24 08:28:30
[mdtoday = 박성하 기자] 법원이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SK하이닉스 사내하청업체에서 14년간 일한 반도체 여성 노동자의 유방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인권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황모(41)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급여 불승인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원고는 2003년 9월부터 2014년 5월까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에서 약 10년 8개월 동안 몰드공정 오퍼레이터로 근무했고, 2018년 3월부터는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사내하청업체에서 약 3년 3개월 동안 식각 공정 등의 오퍼레이터로 일했다. 그는 2021년 6월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2023년 3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신청 사유에는 이른 나이의 발병, 개인적·유전적 요인의 부재, 장기간의 야간 교대근무와 과로, 화학물질 취급 및 방사선 설비 관련 업무, 반도체 여성 노동자 집단에서의 유방암 발생 문제 등이 포함됐다.
근로복지공단은 2023년 12월 요양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이에 원고는 불승인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2026년 4월 16일 공단 처분을 취소했다.
법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취지와 사회국가원리, 과거 작업환경을 노동자가 직접 재현하기 어려운 점, 공단에 사업장 조사 권한이 부여돼 있는 점 등을 종합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경험칙과 사회통념에 비춰 충분한 개연성이 인정되는 정도로 증명되면 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원고가 두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여러 유해화학물질, 전리방사선, 과로, 교대근무 등 복합적인 유해요인에 누적 노출됐고, 이러한 작업환경상 요인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법원은 이런 사정을 근거로 해당 사업장이 유해물질 노출 방지를 위한 안전설비를 충분히 갖추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단이 몰드공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과 노출 정도 등 사업장 작업환경을 제대로 확인하려는 노력 없이 신청 상병을 유발할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점에 구체적 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반도체 제조 현장의 유해요인 노출, 장기간 교대근무, 방사선 설비 취급, 사업장 조사 부실 여부가 함께 검토된 사례로, 업무상질병 판단에서 규범적 인과관계 법리가 다시 확인된 사례로 해석된다.
황씨는 반올림을 통해 “제 아픔과 노력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이번 결과를 통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많은 노동자들에게도 작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는 누구도 같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도록 작업환경과 제도가 더욱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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