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선근증, 왜 자궁 적출을 권유받을까?

최민석 기자

biz@mdtoday.co.kr | 2026-06-01 13:37:50

[mdtoday = 최민석 기자] 자궁선근증 환자 중 동네 병원에서 유착이 심해 수술이 어렵다며 상급병원을 권유받고, 막상 대형병원에 가면 자궁 적출이 가장 안전하다는 설명을 듣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장년으로 접어들거나 임신 계획이 없다면 자궁 적출밖에 답이 없다는 말을 듣고, 깊은 상실감에 빠지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환자들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첨단 장비와 고난도 수술이 가능한 대형병원임에도 왜 자궁을 살리는 치료가 아닌 자궁 적출이 우선 제시되는 것일까에 대한 의문이다. 이는 단순히 의료진의 역량 문제가 아닌, 수술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에 가깝다. 실제 자궁선근증은 단순 질환이 아니라, 수술 난도가 매우 높은 영역에 가깝다.
 

▲ 권용일 원장 (사진=강남권산부인과 제공)

자궁선근증이 심해지면 자궁이 커지면서 골반 내 장기들과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자궁 뒤쪽에 위치한 직장과의 유착이다. 이 경우 병변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직장과 자궁 사이의 경계를 따라 매우 정교하게 분리해야 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직장 손상(천공)이 발생하면 복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다른 핵심 변수는 출혈이다. 자궁선근증 조직 주변에는 미세 혈관이 촘촘하게 발달해 있어, 박리 과정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출혈이 발생하기 쉽다. 출혈이 많아지면 수술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고, 수술 시간도 길어지면서 환자 부담이 커진다. 결국 대형병원은 환자의 안전성과 성공 확률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보다 안전한 선택지를 제시하게 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자궁선근증의 자궁적출술이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자궁으로 가는 주요 혈관을 차단하고 장기를 통째로 제거하는 적출술은 장기 손상이나 대량 출혈 위험을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 의료진 입장에서는 가장 표준적이고 안전한 선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자궁 적출 권유는 확률적으로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는 의료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최근에는 자궁선근증 로봇수술이 대중화되며, 자궁 보존 치료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로봇수술은 정교한 기구 조작을 통해 자궁의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선근증 병변만을 제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세포 침윤 부분까지 세밀하게 접근할 수 있어, 수술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장비의 성능보다는 집도의의 경험에 따른 숙련도와 집도 스타일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이에 장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조작 능력은 물론, 부인과 수술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집도 경험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특히 골반 내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단순 수술 경험뿐만 아니라 자궁 주변 장기와 혈관을 정밀하게 다뤄본 해부학적 숙련도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자궁선근증 로봇수술의 핵심은 단순히 병변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자궁을 복원하는 것이다. 먼저 직장 벽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세밀한 유착박리술을 시행해, 자궁과 직장의 미세한 경계면을 따라 유착을 분리한다. 또한 출혈이 발생하기 전 로봇 기구로 정교하게 선제적 지혈을 시행해, 수술 시야를 확보한다. 이후 선근증 조직만 선택적으로 제거한 뒤 약해진 자궁 근육층을 봉합해 원래 형태로 복원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이처럼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므로, 같은 로봇수술이라도 집도의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강남권산부인과 권용일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자궁선근증 환자에게 자궁 적출은 여전히 중요한 치료 옵션이므로 안전을 고려해 적출을 권유받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환자의 상태와 병변의 범위, 유착 정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궁 보존에 대한 환자의 의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경험과 정교한 술기가 뒷받침된다면 자궁을 보존하는 수술도 가능하므로, 자궁을 포기하기 전 다양한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며 “다양한 부인과 시술과 수술을 집도한 의료진과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 전략을 세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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