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 아버지 영양 상태가 태아 성장과 발달에 중요
이승재 의학전문기자
eccthomas@mdtoday.co.kr | 2026-06-05 08:56:35
[mdtoday = 이승재 의학전문기자] 임신 전 아버지가 섭취하는 식단과 영양 상태가 태아의 성장과 태반 발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대규모 동물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부계의 임신 전 식단이 태반의 유전자 발현 프로필 및 초기 발달 메커니즘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한 연구가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게재됐다.
태반은 임신 중 산모와 태아 사이에서 영양소와 산소를 교환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핵심 장기다. 태반이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하면 태아의 성장 부전은 물론, 산모에게도 임신중독증으로 불리는 자간전증(Preeclampsia)이나 대사성 임신성 질환 등 치명적인 임신 합병증을 직접적으로 유발할 수 있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산모의 영양 상태가 태반과 태아 발달의 절대적인 기초라는 점에 주목해 왔으나, 아버지가 임신 전 먹는 음식의 종류가 태반의 형성 과정에 구체적으로 어떤 유전적·생물학적 흔적을 남기는지에 대한 정밀한 인과 기전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University of Sheffield) 의학·인구보건학부 아담 왓킨스 교수 연구팀은 수컷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임신 전 식단 유발 요인이 후속 세대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 추적했다.
아울러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조절을 매개하는 메틸기 공여체(Methyl-donor) 대사 영양소를 보강한 변형 식단 군도 함께 비교 분석했다.
실험 결과, 8주간의 극단적인 식단 차이에도 불구하고 수컷 마우스들의 정자 형성이나 기본적인 가임력 자체에는 유의미한 저하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진짜 생물학적 반전은 수정 이후 임신 초기 단계에서 수반되어 나타났다.
임신 초기 태반 조직을 정밀 검사한 결과, 저단백 식단이나 서구식 식단을 섭취한 수컷으로부터 수정된 태반은 초기 태반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외태반주(Ectoplacental cone)' 영역의 구조와 대사 기능이 심각하게 변형되는 양상을 보였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태반의 '성별 특이적 유전자 활성(Sex-specific gene activity)'의 붕괴였다.
정상적인 표준 식단을 먹은 수컷을 둔 임신에서는 대조군 기준 수컷 태반과 암컷 태반 사이에 서로 다르게 작용하는 유전자가 300개 이상 존재해 태아 성별에 맞는 생물학적 방어 기전을 가이드했다.
반면, 저단백이나 서구식 식단을 먹은 수컷을 둔 임신에서는 이러한 암수 태반 간의 정상적인 유전자 발현 차이가 유의미하게 대폭 소실되는 대사성 교란이 관찰됐다. 부계의 불량한 식단 노출이 태반의 정상적인 성별 방어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망가뜨린 것이다.
또한 서구식 식단을 지속한 수컷은 체지방 증가, 간 내 콜레스테롤 및 지방산 축적, 장내 미생물총(Microbiota) 붕괴 등 전형적인 대사 증후군 프로필을 함께 나타냈다.
연구진은 이러한 임상적 근거를 바탕으로 부계의 임신 전 영양 불량이 수정 후 태반의 초기 발달 구조를 변형시키고 성별 특이적 유전자 발현 체계를 교란하는 독립적이고 강력한 유해 인자이며, 임신 준비 단계를 부모 공동의 건강 최우선 과제로 가이드하는 것이 선천성 대사 질환과 임신 합병증을 예방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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