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참사’ 12년 만에 폐암 유발 첫 인정…“개별 피해인정 여부 검토 후 구제”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중 폐암 진단자 총 206명
환경부 “타 유발요인 있을 수 있어 개별 폐암피해 판정 시에는 사례별 검토 필요”

남연희

ralph0407@mdtoday.co.kr | 2023-09-07 07:48:23

▲ 서울역앞 가습기살균제 참사 12주기 피해자 유품전시회 (사진=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mdtoday=남연희 기자] 정부가 폐암을 가습기살균제 피해 질환으로 공식 인정했다. 사태 발생 12년 만이다.

환경부는 5일 오후 서울역 인근 회의실에서 ‘제36차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추가로 총 599명에 대한 구제급여 지급 여부, 피해등급 결정, 폐암 피해구제 계획 및 피해 인정 등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위원회는 피해를 인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136명의 구제급여 지급 결정을 비롯해 피해는 인정받았으나 피해등급을 결정받지 못했던 피해자 등 357명에 대한 피해등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구제급여 지급 대상자는 총 5176명이 됐다.

아울러 이날 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노출에 따른 폐암 피해구제 계획을 논의하고 폐암 사망자 30대 남성 1명에 대해 피해를 인정하고 구제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 중 폐암 진단자는 총 206명이다.

앞서 2021년 7월에도 폐암 피해자 1명이 피해를 인정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이 사례는 젊은 나이(20대)에 폐암이 발병했고 비흡연자인 점, 노출‧잠복기간 충분 등 등 가습기살균제 외엔 다른 폐암 발병 요인이 없어 개별적 인과관계 검토를 통해 피해를 인정받았다.

이 사례는 저연령, 비흡연 등 가습기살균제 외에 폐암 발병을 설명할 수 있는 요인이 없어 의학적 검토를 거쳐 피해가 인정됐다.

정부가 가습기살균제와 폐암의 상관성을 인정하고 피해를 구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습기살균제보건센터가 수행한 ‘가습기살균제 성분물질 PHMG에 의한 폐 질환 변화 관찰 연구’를 통해 폐암 유발 독성연구 결과 도출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폐암피해 구제방안 마련 필요성이 보고됐다.

연구팀은 PHMG 3개 농도(0.2, 1.0, 5.0 mg/kg)를 2주 간격으로 쥐 기도에 5회 분할 투여 후 20, 40, 54주에 컴퓨터단층(CT) 촬영 및 조직병리를 관찰했다.

그 결과 20주 후 모든 PHMG 노출 동물에서 폐 염증 및 섬유화가 확인됐고, 40주 뒤에는 1㎏당 0.2㎎과 1.0㎎ 노출군에서 각 1마리, 5.0mg 노출군 9마리에서 폐 악성종양이 발생했다. 54주 후에는 0.2mg 노출군 1마리, 1.0mg 노출군 3마리, 5.0mg 노출군 14마리에서 폐 악성종양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이번 독성연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노출 시 폐암이 발병할 수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도출됐다”고 말하며 “다만,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폐암이 발병했더라도 타 유발요인이 있을 수 있어 개별 폐암피해 판정 시에는 사례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가습기살균제에 의한 폐암 피해를 불인정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 연구만으로 폐암 피해를 본격적으로 개시하기에는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해 폐암피해 판정을 보류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근거를 보완하기 위해 후속 연구를 추진했으며, 후속 연구결과가 도출됨에 따라 폐암 피해구제를 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피해구제위원회에서는 타 질환과 동일하게 폐암 피해구제 신청자에 대해 관련 전문가의 의학적 설명 가능성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구제할 예정”이라며 “다만 폐암이 발병했다고 모두 피해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개별 신청자별로 피해인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습기살균제 폐암을 신속심사 대상 질환으로 인정하고 그 기준으로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개별심사로만 진행한다면 이전과 같이 폐암피해자들은 다시 수년 동안 판정결과를 기다려야하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며 흡연, 고연령 등의 이유로 불인정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 우려했다.

직업성 폐암의 경우, 흡연자, 고령자라고 하더라도 벤젠, 석면 등 폐암발암물질에 노출된 직업력이 있는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가 폐암을 일으킨다는 임상사례가 충분하고 동물실험 및 폐세포독성실험 결과가 거듭 나와 있다. 따라서 폐암을 신속심사 인정질환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피해구제제도는 다수의 피해자들에 대한 신속하고 적극적인판정을 위해 1차 신속심사와 2차 개별심사의 2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취지를 적극 살려서 간질성폐질환, 천식, 폐렴 등 이미 관련성이 확인된 질환들과 동일하게 폐암에 대해서도 신속심사와 개별심사의 단계를 모두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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