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리도카인 사용 한의사의 복지부 면허정지 적법 판단
김미경 기자
sallykim0113@mdtoday.co.kr | 2026-06-02 08:02:48
[mdtoday = 김미경 기자]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을 사용해 환자를 진료한 한의사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면허정지 처분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한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원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사건은 2020년 4월 영등포구보건소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시작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의사 면허가 있어야 처방 및 투약할 수 있는 리도카인 주사액에 해열·진통·소염제인 전문의약품 하이코민 주사액을 혼합한 뒤 내원 환자들의 요통 및 관절통 부위에 약침 시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다른 전문의약품인 뉴트리헥스주와 대한포도당주사액 20% 등 전문의약품도 약침액으로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 당시 적발된 리도카인 주사액 3개 가운데 2개는 유효기간이 수개월 지난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영등포구보건소장은 A씨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이후 A씨는 2022년 5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면허 범위 외 의료행위를 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복지부는 형사판결을 근거로 2025년 2월 A씨에게 ‘면허된 것 외의 의료행위’를 이유로 자격정지 3개월, ‘사용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사용한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이유로 자격정지 3개월 처분을 각각 내렸다. 합산 처분 기준에 따라 최종 자격정지 기간은 4개월 15일로 정해졌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리도카인 사용이 침술에 기반한 한의학적 치료인 약침요법에 부수된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한 통증 완화를 위한 의학적 필요에 따라 사용한 만큼 면허 범위 내 의료행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고 면허를 받아 각자 면허된 범위 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한 이원적 의료체계의 취지를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것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위와 같은 입법취지를 고려할 때 한의사인 원고가 국가로부터 위 의약품 사용에 필요한 서양의학적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았는지 여부는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하는데, 원고가 그러한 검증을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리도카인이 국소마취 및 부정맥 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고열, 떨림, 경련, 졸음, 불안, 흥분, 구역, 구토, 어지러운, 두드러기, 부종 등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용 후 혈압 저하, 안면 창백, 맥박 이상, 호흡억제,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의사에게 즉시 알려야 하는 등의 주의사항이 있어, 이러한 효능과 부작용, 주의사항 등을 고려하면 사용 시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의료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고, 해당 의약품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의 안전성·유효성 심사기준에 따라 품목허가를 받은 만큼 한의사는 이를 처방·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투약·사용할 수도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또한 한의학적 원리에 따른 약침술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이 요구되는 의약품을 환자에게 주입한 이상 이를 약침요법에 부수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 범위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를 두고 헌법상 위임 요건을 충족한다면 위임입법으로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시술 행위가 한의사의 면허 범위를 넘는 것에 해당한다는 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형사처벌과 시정명령을 받은 만큼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 처분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정명령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처분이고, 행정처분은 의료인 개인을 대상으로 한 처분으로 서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가형벌권 행사로서의 형사처벌과 행정적 제재를 본질로 하는 제재 처분 역시 그 성격이 달라 병과될 수 있다고 봤다.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위반행위의 경중에 비춰 처분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한편,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