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사고 무조건 배상…의료분쟁조정법 무용지물되나?
의료분쟁조정 의료진 참여 안 하면 '도로아미타불'
최원석
taekkyonz@mdtoday.co.kr | 2011-11-08 19:04:47
의료분쟁조정법을 두고 산부인과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23년만에 만든 의료분쟁조정법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산부인과 단체는 의료분쟁조정절차를 전면 거부하고 분만실까지 폐쇄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 의료분쟁법은 어떤 내용?…분만사고시 무조건 배상받아
의료분쟁조정법은 분만과정 시 의사가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되는 의료사고도 배상으로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즉 의료진의 과실과 무과실을 떠나서 산모 등은 무조건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분만과정에서 신생아에게 뇌성마비가 발생하거나 산모 또는 신생아가 사망했을 때 불가항력 의료사고(무과실 사고)로 판단되면 최대 3000만원까지 보상하도록 했으며 국가와 산부인과 측이 공동으로 부담토록 한 것.
간단히 말해 의료분쟁조정은 의료사고를 대비한 일종의 보험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 재원을 국가가 반을 부담하고 산부인과에서 반을 부담토록 한 것이다.
◇ 산부인과 강력반발 "무과실 사고를 왜 우리가 배상하나"
의료진의 잘못이 없는 무과실에도 왜 산부인과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지적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공공성과 사회보장제도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국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산부인과 단체의 주장이다.
더욱이 산부인과는 '산부인과의사병원대상보험'을 가입해 보험료를 내고 의료사고에 따른 소송에 대비하고 있다. 연간 재원은 33억에 달하며 의료진의 과실로 인정됐을 때 1억에서 2억까지 지급되고 있다.
만일 중재에 들어간다고 해도 과실이 인정됐을 경우에는 산모나 피해자가 의료진과 합의를 하거나 합의를 원치 않으면 소송을 하게 된다.
산부인과는 의료분쟁조정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과실의 경우에는 추가소송까지 당하기 때문에 이중·삼중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산부인과의사병원대상보험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분쟁조정을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내는 것은 산부인과 측에서는 이중부담에 해당된다.
또한 현재까지 의료소송이 발생한 경우 과실 여부에 판결에 따라 배상을 해 오고 있었다. 산부인과 쪽에서는 굳이 의료분쟁조정법을 수용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 산부인과의사회·학회, 의료분쟁조정절차 수용 거부…파행 오나
이에 산부인과의사회·학회는 의료분쟁조정절차 자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중재를 거부하고 무조건 소송을 가겠다는 것.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진과 피해자가 모두 동의했을 때에만 중재가 진행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의료진이나 피해자가 애초에 의료분쟁조정을 거부하고 소송을 진행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로 신생아를 잃은 산모가 분쟁조정을 거부하고 의료진의 과실이 명백하다며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반대로 의료진도 의료분쟁을 거부할 수 있다.
결국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진의 참여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무용지물이 돼버릴 판국이다.
이에 산부인과학회는 국가가 전적으로 보상재원을 마련하는 완전한 무과실보상을 실시하는 새로운 시행령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견수렴 중에 있다면서도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산부인과의사회·학회를 중심으로 참여 거부 움직임에 대해서 복지부 관계자는 "산부인과 단체와 계속 의견조율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예산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전적으로 국가가 부담하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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