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물 정책 잇단 '헛발질'…수도 산업화vs공공성 '시끌'
만성적자 수도사업 구조개편 불가피, 방법 놓고 공방 치열
김범규
bgk11@mdtoday.co.kr | 2008-08-26 07:46:25
한국 수도 100년을 맞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물' 정책이 비난여론에 밀려 잇따라 철회되는 등 신중치 못한 정책남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물산업 지원법'을 입법추진해 네티즌 등 국민의 반대여론에 부딪혀 취소한데 이어 24일에는 수도 개편법안을 내놨다가 논란이 되자 곧바로 다음날(25일) 철회키로 하는 등 논란의 불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지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수도사업의 구조 개편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이슈가 됐고, 수도 사업의 미래를 놓고 정부와 시민단체, 전문가들 사이에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먹는물 정책 선진화 대토론회'에서도 각계의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 수돗물 민간 위탁경영, '단순 헤프닝으로 끝날까'
환경부와 한나라당은 24일 수도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상수도 사업을 외국기업을 포함한 민간에 위탁운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수도사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현재 지방자치단체 164개로 나뉘어져 있는 상수도사업을 30개로 광역화 해 통폐합 관리하고 공무원 구조개편 등을 통해 해마다 2000억원의 이윤을 더 내겠다는 것.
다시 말해 유역관리 관리체계 마련을 목표로 공사화, 위탁, 민영화 등 다양한 선택방안을 제시해 자율적·점진적 구조개편을 추진하고 소유(지자체)와 경영(전문사업자)를 분리해 전문경영기법을 도입, 국가지원 강화를 이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돗물도 물산업으로서 다시 돌아봐야 할 시점이 왔다"며 "민간기업의 전문경영을 도입하고 70%에 해당하는 5만~10만명 이상의 소규모 지자체는 서로 연합해서 광역관리해 경쟁을 향상시키다 보면 이보다 훌륭한 성장동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많은 시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기업에 위탁경영을 한다는 것은 수돗물을 '민영화'하겠다는 것으로 민간 사업자의 시설 투자비, 민간기업이 추구하는 이윤만큼 수돗물 값은 올라 '수돗물 괴담'이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환경부는 지분은 여전히 정부에서 갖고 있기 때문에 민영화는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수도요금 결정 부분도 국가에서 관리·감독하므로 공공성 훼손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25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수돗물 위탁은 안된다'는 쪽으로 의견합의하면서 다시 수돗물 민영화 논란은 원점으로 돌아왔지만 각계 전문가들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는 수돗물 '민간 위탁화'를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후에 개선되는 상하수도 서비스 개선 및 경쟁력 강화법안(가칭)에서는 수도요금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도요금 결정시에는 시민단체들이 반드시 참여하도록 법령을 개정할 것이며 공청회를 개최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민주적으로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 수돗물 위탁경영, 찬성 vs 반대 '논란'
경북대학교 환경공학과 민경석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물시장이 약 880조원으로 2015년에는 약 155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EU 등 환경선진국의 WTO, FTA 및 국제 표준화 등을 통한 물시장 개방압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수도사업은 공공성 강조로 인한 시장경쟁원리의 배제, 행정구역별 관리, 상하수도 분리 등으로 유역단위의 통합관리가 어려우며 공무원의 특성상 순환보직 및 비전문가가 대부분이어서 기술인력 및 전문관리체계가 미흡해 대부분 경영수지 악화를 겪고 있다는 것.
민 교수는 "이 상태로는 수돗물 품질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시설개선 및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워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했다.
따라서 수도사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 복합위탁 형태로 가야하며 5~20년의 장기위탁경영을 보장해 시설 개선 및 생산원가를 절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수도경영연구소 김길복 소장 역시 "어떤 방법을 택하든 공공성을 확보해서 지역적인 불평등, 공급상의 불평등, 소득상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다만 방법상으로 지금까지 해오는 공사, 지자체 일변도가 정답은 아니고 민간위탁도 적극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시민단체들은 정부는 외국으로부터 민영화만 배워올 것이 아니라 이들이 시행하고 있는 물 기업들에 대한 치밀한 감독과 통제 프로그램 등 사회적 통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영국의 경우는 수도시설은 민영화했지만 수질을 규제하는 수질검사소와 가격과 서비스를 규제하는 물서비스감시청, 독점 등을 감시하는 경쟁위원회, 환경 규제를 총괄하는 환경청을 둬서 서로 견제하게 하고 고객서비스위원회를 가동시켜 기업들을 사회가 감시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몇 개 광역 지자체에서 가동 중인 수도수질평가위원회가 고작이고 운영에 대한 감시는 정치적 태도를 띠기 쉬운 의회가 지자체 상하수도 요금을 규제하는 정도가 전부로 객관적 평가를 담당한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규제기고, 국민이 참여하는 감시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돗물시민회의 백명수 사무국장 역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민간위탁만이 정답은 아니다"며 "사회적 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먼저이고 이런 시스템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은 시기상조다"고 반박했다.
또한 많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아직까지 시설이 미비하고 낙후된 농촌지역이 존재하고 있는 현 실정에서는 정부의 투자가 절실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영남대 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 성기달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한 기능직 공무원 두세명으로 관리되고 있는 수규모의 수도시설은 민간기업에 경영을 위임하거나 인근 지자체와 묶어서 통합관리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전했다.
◇ 수돗물 병입수 판매 '이것도 위탁경영?'
수돗물이 이토록 사회적 이슈가 되고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정책을 펼쳐 좀 더 질 좋은 수돗물을 제공하고자 함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시민단체들은 상수도 민영화 논란이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 시점에서 민간업자가 수돗물을 페트병에 담아 팔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우려를 대변하듯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생수와는 경쟁력 측면에서 비교가 안되므로 경영능력 확보를 위해 대기업과 경영의 협조도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수도사업본부 아리수판매과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판매가 된다면 대기업에 영업위탁을 줄 것인지 자체 대리점을 모집할지는 수돗물 병입수 판매 시기에 결정이 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여러 방안 중의 하나일 뿐"이다며 "현재로서는 규격에 맞게 생산라인을 갖추고 가격책정 등의 고민이 더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많은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수돗물 민영화는 하나둘씩 현실화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국민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도입을 위해 사회 합의를 통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법제정을 끝내고 연말쯤 출시하기로 했던 수돗물을 패트병에 담아서 판매하기로 했던 '수돗물 병입수 출시'는 아직 규제심사중이어서 예정인 10월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환경부 관계자는 관망했다.
현재 수돗물 병입수 판매 브랜드로 서울시의 `아리수', 부산의 `순수', 대구시 '달구별맑은물', 광주시 '빛여울수', 대전시 'It's 수', 인천시 '미추홀참물' 등이 있다.
현재 아리수는 1000만, 순수 375만, 달구별맑은물 42만, 미추홀참물 250만, 빛여울수 1000만, it's 수 730만의 연간 생산능력에 달해 국내 최다 생수업체인 A사의 71만과 비슷한 수준으로 출시, 판매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수돗물 병입수 판매를 두고 현재까지 국민들에게 야기시켰던 수돗물 안정성 논란을 잠재우는 홍보의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시민들이 보다 질 좋고 맛 좋은 물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넓혀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공급하겠다라고 발표한 곳도 있어 소비자들에게 경제적인 이익도 안겨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정수기와 먹는샘물 시장이 급 팽창해 현재 각각 7000억, 3000억의 시장규모를 갖고 있다"며 "이것은 수도정책의 실패와 불신의 대표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돗물 병입수 판매는 현 상황을 감안한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라는 것.
시민환경연구소 백명수 사무국장은 "수돗물 병입수 판매는 수도사업자가 수돗물 패트병 판매의 영리행위를 가능하게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전반적인 수도 인프라 개선사업 즉 관망개선사업 등의 소홀로 이어지기 쉽다"며 우려했다.
환경부는 수돗물 판매 수익금을 노후관 개선 등에 쓰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지만 수도 관망 개선은 수도사업자가 수도요금으로 꾸준히 개선해야 할 사업으로 오히려 관망개선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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