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공장 바로 옆 폐기물 처리시설?…청주시 현도산단 선별장, 먹거리 안전 논란

산단 입주 기업들 “500m 거리 대규모 선별시설, 상식 밖 결정”
청주시 “선별장 입지 문제 없어”vs 기업·주민 “핵심 검증 빠져”

박성하 기자

applek99@mdtoday.co.kr | 2026-03-26 16:48:11

▲ 타 선별장 현장 (사진=독자 제공)

 

[mdtoday = 박성하 기자] 청주시가 현도일반산업단지 내 식품공장 인근에 재활용 폐기물 선별장 건립을 추진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식품기업 바로 옆에 폐기물 시설을 두는 결정이 전국으로 유통되는 식품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우려다.

 

현도산단은 그동안 식품 제조를 위한 청정 구역으로 관리돼 왔는데, 인근에 폐기물 선별시설이 들어설 경우 공기 중 부유물질과 악취, 해충, 비산먼지 등이 제조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 공장 관계자는 “식품 안전은 1%의 위험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폐기물 시설에서 발생하는 먼지와 냄새는 제조 공정에 치명적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별장 예정지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공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양사는 원료 관리부터 생산·보관·유통 전 과정에서 엄격한 위생 기준을 적용하며 HACCP 인증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 선별장이 공장 인근에 들어설 경우 제조 환경 악화로 인증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은 “30년 넘게 유지된 식품 제조단지의 특수성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 중이다.

 

브랜드 신뢰 훼손도 기업들 입장에선 치명적인 문제다. “폐기물 처리장 옆에서 생산된 맥주”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소비자 심리적 거부감을 해소하기 어렵고,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단순한 입지 갈등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식품기업의 사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근로자 건강권 침해 가능성도 크다. 기업 측은 선별장이 들어서면 수백 명의 근로자가 근무시간 내내 소음, 악취, 분진, 바이오에어로졸, 차량 매연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이트진로 기숙사는 선별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생활환경 악화 가능성이 더 크다. 

 

한 근로자는 “청결이 생명인 식품공장 옆에 쓰레기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며 “하루 8시간 넘게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에 대해 시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실제 기숙사와 맞닿아 있는 예정지 (사진= 독자 제공)

 

입주 기업들과 주민들은 청주시의 공권력 남용을 가장 큰 문제로 삼는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충청북도는 현도산단 사업시행자를 하이트진로 및 오비맥주에서 청주시장으로 변경하면서 폐기물 선별장 건립에 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산업단지 사업시행자의 변경은 개발사업이 장기간 착수되지 않았거나 개발사업을 기간 내 완료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한해 허용된다. 그러나 현도산단은 이미 30년 전에 준공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산업단지이므로, 법상 사업시행자 변경이 가능한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욱이 사업시행자 변경은 기존 사업시행자의 지위를 사실상 박탈하는 행정 행위이므로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필수적인 절차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청문 절차는 행정 처분으로 인해 권익이 침해될 수 있는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방어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절차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주 기업들과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 자체가 특정 부지를 사실상 내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도산단에는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등 식품 제조기업이 입주해 있어 폐기물 처리시설 입지로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후보지 평가에서 ‘민원성’ 항목에는 100점 만점 중 5점만을 부여해 기업과 주민에 대한 영향을 사실상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성’ 항목에는 30점을 배정했지만, 폐기물 선별장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운송 비용은 제외한 채 1회성 공사비만을 반영해 평가가 이루어진 것이 도마위에 올랐다. 

 

폐기물 선별장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을 소각장으로 다시 이송해야 하는데, 청주시가 검토했던 다른 후보지들은 모두 청주권 광역소각시설로부터 2km 이내에 위치한 반면 최종 선정된 현도산업단지는 소각시설에서 약 21km 떨어져 있어 운송 비용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운영 비용은 평가에서 제외돼 결국 특정 후보지를 염두에 두고 평가 기준을 맞춘 것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공사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청주시의 행정 처리에 대해 기업과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대화를 요구했지만, 청주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청주시는 입주 기업이 지자체와 척을 지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손해배상과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고 반대 집회에 참여한 지역 주민을 고소, 마을 이장을 해임하는 등 공권력을 반대 의사를 억누를 수단으로 남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폐기물 처리시설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식품 제조공장이 밀집한 산업단지 내부에 청주시 전체 폐기물을 처리하는 대규모 선별시설을 배치하는 현재 계획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주협의회는 “식품 제조공장과 폐기물 처리장이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30년 넘게 공장을 운영해왔는데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이전까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양사는 청주시에 연간 약 6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고, 연간 700억원 규모의 고용 인건비와 800~1000명 수준의 직접 고용 효과를 내고 있다. 기업들은 이번 사안이 단순한 시설 설치 문제가 아니라 식품기업의 생산 기반, 소비자 신뢰, 근로자 건강권, 나아가 지역경제까지 흔드는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현도산단 부지가 원래 매립장으로 사용됐고 토지이용계획상 폐기물 처리시설 용지였던 만큼 입지 선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재활용 선별시설은 기존 매립장보다 환경영향이 더 크다고 보기 어렵고, 후보지 평가는 정책적 필요성과 객관적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시 관계자는 “주민·기업과 협의해 왔으며, 현재는 공사가 진행 중인 만큼 사업을 백지화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논란은 특정 기업의 반발이나 지역 민원 차원을 넘어선다. 식품기업 인접 부지에 폐기물 선별장을 두는 결정이 전국으로 유통되는 식품의 안전과 신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됐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 전체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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