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전신마취 수술 후 의료진의 저산소증 대응 미흡”…병원에 6억 배상 판결
김미경 기자
sallykim0113@mdtoday.co.kr | 2026-05-20 09:22:08
[mdtoday = 김미경 기자]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병실에서 반복적으로 산소포화도가 떨어졌는데도 의료진이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병원 측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북부지법 제12민사부는 지난달 23일 A씨 유족이 병원 운영자와 마취과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 책임을 인정하고 총 6억614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23년 8월 경기 하남의 B병원에서 오른쪽 상완골 골절 수술을 받았다. 마취는 오전 10시 시작됐고 수술은 오전 10시 40분에 시작돼 오후 1시 40분 종료됐다. 마취는 오후 1시 55분쯤 끝났으며, A씨는 2분 뒤 병실로 이동했다.
이후 병실에서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 A씨의 산소포화도는 병실 도착 직후 85~86% 수준까지 떨어졌고, 약 5분이 지나도 같은 상태가 이어졌다. 당시 A씨는 얼굴이 창백했고 외부 통증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은 오후 2시 12분쯤 맥박이 잡히지 않자 2시 14분에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오후 2시 25분 맥박이 회복됐다. 이후 상급병원 전원이 결정됐지만, A씨는 다시 심박수가 급격히 떨어져 두 번째 심폐소생술을 받았다.
유족 측은 의료진이 수술 후 저산소증 상태를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고, 산소 공급이나 의사 호출 같은 기본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마취 회복 과정에 대한 감시 없이 환자를 곧바로 병실로 이동시킨 점을 문제 삼으며 총 8억4891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병원 측은 간호사가 환자를 깨우고 심호흡을 유도했으며 산소포화도도 일시적으로 회복됐다고 주장했다. 간호기록지에는 오후 2시 10분 산소포화도가 99%로 측정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병원은 심정지 원인으로 아나필락시스와 지방색전증 가능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각한 저산소증이 5분 이상 이어질 경우 심정지나 비가역적 저산소성 뇌손상 위험이 커진다”며 “즉시 산소공급기나 산소마스크 등을 이용한 처치와 의사 진료가 필요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간호기록에 남은 산소포화도 99% 수치의 신빙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단순한 심호흡 유도만으로 수치가 급격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산소포화도가 정상 수준이었다면 불과 2분 뒤 맥박이 갑자기 사라진 상황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재판부는 당시 환자가 안면 창백과 통증 자극 무반응 상태였던 점 등을 근거로 산소포화도 측정값이 일시적 오류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회복실이 없는 병원 구조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경우, 회복실 없이 운영되는 사례가 상당수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회복실이 없는 경우라도 병실에서 회복실 수준의 경과관찰과 환자 인계 체계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마취과 의사가 환자를 마취 종료 2분 만에 병실로 보낸 뒤 심정지 발생 뒤 호출을 받기 전까지 환자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았고, 병실 간호사에게 회복 과정에서 예상 가능한 문제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회복실이 있는 병원은 마취담당 의사가 회복실 담당자와 함께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관련 병력이나 예상 문제 등을 전달한 뒤 환자를 인계한다”며 “회복실이 없는 병원이라면 수술실이나 병실에서 같은 수준의 환자 상태 평가 및 인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병원 측이 주장한 아나필락시스 가능성에 대해서는 발진이나 두드러기, 부종 같은 전형적 증상이 없었고, 지방색전증 주장 역시 CT와 심전도 결과 등을 고려할 때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환자의 심정지 원인을 마취 회복 과정 중 발생한 호흡부전과 저산소증으로 봤다. 다만 회복실 부재 자체는 문제 삼지 않았고, 심정지 발생 후 의료진이 심폐소생술과 상급병원 전원 조치를 진행한 점 등을 고려해 병원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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