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아카데미 입성, '케데헌' 2관왕 쾌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판소리·전통무용 무대로 할리우드 사로잡아…'원 배틀' 6관왕 최다 수상
이가을 기자
lg.eul12280@mdtoday.co.kr | 2026-03-16 17:45:15
[mdtoday = 이가을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98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K-컬처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각인시켰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2개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올해 한국 작품이 수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한국적 요소를 담은 이 작품의 수상은 더욱 의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동 연출자 매기 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저와 닮은 분들'이 주인공인 이런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며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 한국인에게 바친다"고 밝혔다. 주제가 '골든'의 가수이자 공동 작사·작곡가인 이재는 울먹이며 "어린 시절 사람들은 K팝을 좋아하는 저를 놀렸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고 소감을 전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번 오스카 수상으로 골든글로브, 그래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석권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지난달 그래미에서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트로피를 받았다. 특히 그래미 수상은 K팝 장르 최초 기록이었다.
시상식 무대에서 선보인 '골든' 공연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K-컬처의 정수를 보여줬다. 한복을 입은 여성 소리꾼이 "어둠을 밝히려 우리 노래 부르리라 / 굳건한 이 소리로 이 세상을 고치리라"는 판소리 구절을 노래하며 공연이 시작됐다. 이어 북을 연주하는 사물놀이 악사와 갓을 쓴 무용수 등 24명이 무대에 올라 한국 전통무용 퍼포먼스를 펼쳤다.
주인공 헌트릭스의 보컬을 맡은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골든'을 열창하는 동안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에마 스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관람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됐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이번 시상식 최다 수상작으로 기록됐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이 작품은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숀 펜), 각색상, 편집상, 캐스팅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앤더슨 감독은 "이번에 훌륭한 영화들이 많았다"며 "후보작들과 동료 감독들과 함께 훌륭한 여정의 일부가 될 수 있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테야나 테일러, 숀 펜 등 함께한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 작품은 지하조직 출신 밥 퍼거슨(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이 위기에 처한 딸 샬린(채이스 인피니티)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민자 등 소수자를 향한 연대와 사랑을 다룬 주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정책과 대비되며 주목받았다. 앞서 1월 골든글로브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2월 영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유력 후보로 평가받았다.
역대 아카데미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씨너스: 죄인들'은 16개 부문 후보에 올라 각본상, 음악상, 촬영상, 남우주연상(마이클 B. 조던) 등 4개 부문을 차지했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이 작품은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인종차별 문제를 뱀파이어 호러와 음악으로 풀어냈다. 음악과 춤, 액션이 어우러진 영화적 체험과 함께 인종차별이라는 주제를 뱀파이어의 공격으로 형상화한 독특한 설정이 긴 여운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마이클 B. 조던은 극 중 일란성 쌍둥이 스모크와 스택을 1인 2역으로 연기했다. 그는 "시드니 포이티어, 덴젤 워싱턴, 핼리 베리, 제이미 폭스, 포리스트 휘터커, 윌 스미스 때문에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며 선배 흑인 배우들을 언급했다. 이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할 수 있는 한 가장 멋진 모습의 나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여우주연상은 '햄넷'의 제시 버클리가 수상했다. 버클리는 셰익스피어의 아내 아녜스 역을 맡아 어린 아들의 죽음으로 상실의 고통을 겪는 모습을 섬세하게 연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그는 2022년 '로스트 도터'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하지 못했으며, 이번이 첫 오스카 트로피다. 1월 골든글로브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과 2월 영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을 석권했다. 제이콥 엘로디가 맡은 괴수는 여러 프랑켄슈타인 작품 가운데서도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으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센티멘탈 밸류'는 국제 장편 영화상을 받았다. 오래전 가정을 떠난 영화감독이 아내의 죽음 뒤 두 딸과 영화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제7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음향상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가, 시각효과상은 '아바타'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아바타: 불과 재'가 차지했다. 단편 '더 싱어스'와 '두 피플 익스체인징 설라이버'는 단편영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장편 다큐멘터리상은 '푸틴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에, 단편 다큐멘터리상은 학교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 아이들의 빈방을 기록한 '텅 빈 모든 방'에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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