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세브란스병원 前 사무국장‧용역업체 벌금형
남연희
ralph0407@mdtoday.co.kr | 2024-02-15 07:41:03
[mdtoday=남연희 기자] 청소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고 탈퇴를 종용하는 등 조직적인 ‘노조파괴’ 행위를 한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14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전 세브란스병원 사무국장 권모 씨와 용역업체 태가비엠의 이모 부사장에게 각각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태가비엠 법인에 벌금 800만원, 세브란스병원 전 사무팀장과 파트장, 그리고 태가비엠 전 노무이사, 관리이사에게는 4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아울러 태가비엠 전 현장소장과 미화반장에게도 각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은 공모 사실을 부정했지만 당시 부당노동행위는 세브란스병원과 태가비엠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공모에 의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이어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조직된 노동조합은 사용자로부터 독립된 존재이고 사용자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노동조합 조직·운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피고인들의 행위로 노동조합은 조직과 운영에 상당한 지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를 알게 된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용역업체인 태가비엠은 공모해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및 탈퇴공작을 벌였다. 현장관리자를 통해 노조가입을 주도했다고 파악한 노동자들을 회유·협박하여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100명 이상의 탈퇴서명을 받아서 세브란스병원 사무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속적인 노조파괴로 인해 청소노동자 다수가 탈퇴해 2016년 말에는 민주노총 세브란스병원분회가 소수노조가 됐다. 현재는 4명으로 줄어 교섭권마저 없는 상태다.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의 압수수색으로 노조파괴 문건이 드러났고, 노조는 2016년 10월 업무일지를 통한 노조파괴 지시 및 현장관리자 탈퇴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로 연세의료원장 등 7명을 고소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이듬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노조는 특정노조가입 조건 반조합계약과 노조탈퇴 종용 등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고, 2018년 4월 압수수색을 통해 노조와해 문건들이 확보되면서 9명이 기소됐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선고 후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지연된 정의는 과연 정의일 수 있냐”며 “2016년 고소 시점부터 기소까지 4년 5개월이 걸렸고, 마침내 선고결과가 나온 오늘까지 7년 5개월이 걸렸다. 이 동안 사용자는 아무런 제지 없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를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법원 판결은 원청과 하청업체 관리자들이 조직적으로 공모해 청소노동자들 및 노동조합의 노동3권을 유린하고 파괴했던 피고인들의 계획적인 범죄행위를 분명하게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낮은 구형을 한 검찰과 결국 각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노조는 “세브란스병원은 사과는커녕 대화조차 거부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병원 측에 수차례 공문을 보내고 서신을 전달하고 대화를 요청해 왔지만 병원은 단 한 번도 답변하지 않았다. 항의하는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무차별적으로 고소고발하고도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아울러 범죄사실이 드러난 관계자들을 징계하는 것은 물론, 노조 활동 방해에 대한 진상규명과 태가비엠 퇴출, 그리고 지난 5년간 병원의 부당노동행위로 권익침해를 당한 청소노동자들에게 사과와 노조의 교섭권 보장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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