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면한 '게보린'...안전성도 OK?

15세 미만 연령 제한 등…"큰 영향 없다"

권선미

sun3005@mdtoday.co.kr | 2009-03-02 18:34:53


삼진제약 등 유명 진통제 회사들이 제품의 퇴출이라는 최악의 수는 피했으나 안전성 논란으로 이미지 타격과 사용 제한으로 제품 판매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약안전청은 2일 의약품 자문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에서 IPA 성분에 대한 안전성 논란을 재심의한 결과 15세 미만에 사용을 제한토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제품 허가사항 일부를 개정할 것을 결정했다.

또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을 5~6회 연속으로 사용해도 효과가 없을 경우 의약사와 상담할 것 등을 권고했다.

◇ 빈혈 유발 'IPA' 안전성은 이상無 ?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IPA 성분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IPA 성분의 안전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에 따르면 게보린 등에 포함돼 해열 진통제로 널리 사용되는 IPA 성분은 골수 억제작용에 의한 과립구감소증과 재생불량성 빈혈 등 혈액 질환과 의식장애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 미국 등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일반인이 약국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된 제품에 해당 성분이 포함된 의약품이 판매되고 있어 문제라고 지적하며 해당 성분에 대한 전반적인 부작용 조사를 수행할 것을 식약청에 촉구해 왔다.

현재 국내에 시판중인 IPA성분 함유 의약품은 삼진제약의 '게보린'을 비롯해 바이엘의 '사리돈에이', 동아제약의 '암씨롱' 등 24개 품목이 있다.

식약청은 이날 진행된 IPA안전성 문제와 관련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결과 진통과 해열 시 단기치료, 15세 미만 소아 투여 금지, 5~6회 복용 후에도 증상 개선이 없을 경우 투약 중지 후 의약사 상담 등을 골자로 한 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문제가 된 IPA 성분은 일본과 중국, 독일 등을 포함한 45개국에서 193품목이 시판되고 있다"며 "WHO의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IPA가 다른 피린계 약물이나 아세트아미노펜 등 다른 진통제와 비교해서 혈액학적 부작용 발현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러나 올 4월부터 운영할 예정인 약물감시 사업단을 통해 혈액학적 부작용을 중심으로 집중모니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에 논의 된 내용에 대해서는 의약품의 제품 외부 포장지에도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

건약 등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식약청의 규제에 대해 연령 제한에 따른 기준 등이 애매하다는 점들어 이번 식약청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15세 미만 연령제한 조치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해외 허가사항 등을 조사한 결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연령제한 조치가 있으며 논란이 많은 성분을 다수의 사람이 복용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아 이 중 가장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앙약심 위원들의 논의에서도 국가에서 해당 제품 등의 안전성을 검토한 결과 판매를 금지할 정도의 안전성 문제는 없는 것으로 결정났다"고 덧붙였다.

식약청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한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IPA 성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이유가 자료가 많지 않아 시판 지속 혹은 퇴출을 결정하기 힘들어 식약청에서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며 "그러나 식약청은 부작용 보고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퇴출할 수 없다는 것만 반복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약은 이어 "한국의 부작용보고가 미흡한지는 식약청이 가장 잘 알고 있으면서 이를 이유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식약청의 나태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도 있는 이번 결정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어떤 근거로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근거를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논란이 된 IPA 성분의 안전성 등을 이유로 서울대병원과 연대 세브란스병원, 아주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서 수 년 전부터 사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식약청에 제출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수 년전 부터 IPA 성분의 사용을 금지한 아주대병원은 "안전성에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어 약사위원회의 회의를 거쳐 원내 사용을 금지했다"고 식약청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같은 성분에 대해 상반된 안전성 검토 결과가 도출 된 것.

더욱이 이번 중앙약심의 결과가 논란이 된 성분의 체계적인 안전성을 조사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 아닌 여론에 떠밀려 '보여주기 행정'이 아니냐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 "이미지 타격" vs "큰 영향 없어"

이번 식약청의 방침에 업계 일각에서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반응과 이미지 타격 등으로 일정 부분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삼진제약의 '게보린' 등 IPA 성분을 포함한 제품들이 당초 큰 논란이 일었던 것처럼 시장 퇴출이라는 최악의 수는 면했으나 이미지 타격 등으로 인해 향후 '한국인의 두통약=게보린'이라는 공식에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것.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가장 큰 이슈는 부작용 문제"라며 "특히 전문의약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일 경우 그 타격은 더 크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부작용 논란으로 일선 약국 등에서도 해당 제품에 대한 마진이 크지 않아 적극적인 프로모션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인의 두통약 '게보린'이란 공식과 의약품의 안전성에 치명타를 입은 게보린 등을 소비자들이 쉽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미 대다수의 제약사에서 어린이용과 성인용으로 나눠 판매하고 있어 15세 미만 소아의 투여 금지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삼진제약 게보린의 경우 이미 어린이용과 성인용으로 구분돼 판매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중학생 이상 여성이 단기 진통 목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식약청의 15세 미만 소아의 투여 금지와 해열진통의 단기 치료 등의 결정 사항등에 대해서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식약청의 판매 제한조치 등에 대해 삼진제약 관계자는 "아직 식약청에서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 예단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번에 논란이 된 삼진제약의 게보린은 지난해 약 161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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