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 '사망폭탄' 삼성 LCD근로자, 삼성은 '모르쇠'

지난해 또 사망,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 문제 제기해야

김민정

sh1024h@mdtoday.co.kr | 2010-01-15 20:34:13

삼성 LCD 근로자는 젊은 나이에 암에 걸려 숨지는 실정이지만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실태를 파악하지 않고 노동부 또한 상황 파악에 소극적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1995년 10월 나이 열아홉에 삼성전자 기흥공장 LCD 생산직 노동자로 입사한 한혜경은 3조 3교대 근무와 연장·야간근무에 시달렸다. 입사 3년째부터는 ‘무월경’ 상태가 계속돼 결국 2001년 8월 경 퇴사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씨는 퇴사후 2~3년 후에는 앞이 보이지 않고 균형감각을 잃어 잘 넘어지는 증상이 나타났고 결국 2005년 10월 ‘소뇌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당시 주치의는 뇌종양의 크기가 매우 큰 것으로 보아 최소한 7~8년 전부터 종양이 자라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했으며 현재 한 씨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울지도 못하며 느끼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또한 2009년 7월23일 연모(남·28)씨는 종격동암으로 숨졌다. 연 씨는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3년3개월간 설비·생산부서인 'Line set up'에서 일했으며 야간근무량으로 회사에서 상을 받은 이력까지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 LCD 폐수처리시설 아산탕정공장에서 근무했던 5명 가량이 폐암에 걸리거나 죽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현재 피해자들은 연락두절 상태다.

한 씨는 “환경이 깝깝해 마스크를 안차고 작업할 때가 많았고 주변 동료도 마찬가지였다”며 “기계가 돌아가는 쪽에는 환기구가 없었고 유기용제인 솔더크림도 매일 8시간내내 써서 눈이 아팠지만 눈까지 가릴 보호구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한 씨의 증언에 따르면 생산부서에서는 유기용제인 솔더크림과 이소프로필알콜(이하 IPA) 등이 사용됐지만 이에 대한 보호책은 미비했다.

노동환경연구소의 보고서에는 입자 크기가 0.1㎛ 전후인 분진이 솔더크림 가열시 발생해 반드시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된 곳에서 작업을 수행해야 하며 방진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적시돼있지만 피해자는 당시 현장에 마스크와 일회용 장갑 외에 보호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솔더크림의 납성분은 발암 가능성, 생식독성, 신경독성을 포함하며 혈액계 이상, 신장계 이상, 위장장해, 호흡기계 이상까지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노동환경연구소 선옥남 연구원은 “납은 발암물질이며 발암물질은 아주 낮은 농도에 노출이 돼도 위험할 수 있다”며 “사람마다 민감성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한 씨의 경우 지속적으로 노출이 돼 직업병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인하대학교병원 산업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솔더크림을 사용할 때 이 물질이 몸으로 흡입되면 천식을 일으킬 수 있다”며 “IPA의 경우 과다하게 노출시 호흡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한 씨의 경우 근무기간과 무월경 증상을 봤을 때 직업병으로 의심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은 거의 흡사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법적 투쟁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올림 이종란 노무사는 “LCD 문제는 최근에 불거졌지만 여러 정황과 진술에 따라 작업환경은 반도체 공장과 흡사하다고 판단된다”며 "최소한의 치료와 보상이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반올림 김민호 노무사는 “LCD 폐기물처리 관련해 백방으로 노력중이지만 상대가 삼성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피해자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문제가 시정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한혜경은 언론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등 삼성LCD 문제는 지속적으로 물위로 떠오르고 있지만 삼성 측은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노동부는 이에 대한 파악을 전혀 하지 않아 대책이 마련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장에 대한 지침을 내리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이 사안은 파악된 바 없고 문제제기가 더 돼야 한다”며 “다른 문제도 많아 처리할 것이 많은데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는한 직접 나서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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