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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毒)으로 독 치료, 해독제의 비밀

DRUG / 이희정 / 2007-12-15 01:07:10
독이 약이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독 성분을 활용해 독에 대항하는 치료제를 만들거나, 독의 성질을 이용해 각종 치료법으로 응용하는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흡수됐을 때 신경과 근육을 비롯, 장기조직에 상처를 입히고 치명적인 해를 일으키는 천연 또는 합성물질을 ‘독’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예로 합성물질 독인 청산가리는 독성이 매우 강하며 몸에 들어온 뒤 대개 몇 초 이내에 감각이 없어지고 곧 신경계통과 심장까지 마비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위험한 상태에서 구출해 줄 수 있는 약과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독의 차이는 멀지만 가깝다.

먹는 약이 한 순간 독이 될 수 있는 것은 해로움이 이로움을 넘어섰을 때의 일이다. 또 동물의 독은 자신에게는 보호수단이지만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수 있는 극단적인 무기가 된다.

그러나 인간이 이 독에 노출됐을 경우에는 ‘해독’이 필요하다.

해독작용은 쉽게 말해 생체 내의 세포에서 유독한 물질을 무독한 물질로 바꾸는 일을 말한다. 그러나 독은 무척 광범위하고 종류가 많아 그에 따라 해독의 방법도 다르다.

그 중 독을 이용해 독을 치료하는 해독제에 사용되는 것으로 뱀을 들 수 있다. 즉 항체를 이용하는 원리다.

충남대학교 약학과 김상겸 교수는 “뱀에 물렸을 경우 항혈청을 정맥주사로 놓는데 여기에 쓰이는 해독제는 뱀독을 이용한 항원 항체 반응을 통해 항독소를 항체로 중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한다.

뱀에 물리고 나면 그 독의 종류와 양에 따라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시간은 달라질 수 있지만 뱀독은 혈관계를 망가뜨려 내부에 출혈이 많아져 위험하다.

그러나 복어독 같은 경우는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해독제가 없다.

사람의 몸은 치사량을 초과하는 독소가 있어도 이를 제거 또는 처리하기에 충분한 수용체가 있어 정화능력을 갖고 있지만 이는 인체대사의 고유 기능에 해당할 뿐 동물의 독은 인간에게 두려움 그 자체다.

독은 다양성을 갖고 있어 비슷하게 미치는 영향이라도 해결책이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농약 같은 경우는 신경계에 작용하지만 해독제가 있는 반면 없는 경우도 많아 대책이 필요한 상태.

국립독성과학원은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독성물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내년도부터 정보제공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생식독성팀 이규식 연구원은 “현재까지 중독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50개의 물질을 확보해 독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고 효과적인 응급치료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대한임상독성학회에서 활동중인 응급의학과 교수 15명은 그간의 자료를 모아 독성 물질선정에 들어갔고 내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50개 정도의 독성물질을 추가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의 독을 이용해 치료제로 개발하려는 연구는 세계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뱀독 역시 혈액응고를 방지하는 약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그간 뱀독을 이용해 특허를 받은 기술 중 이 같이 심장순환계질환을 위한 약물의 특허출원이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인체는 상처가 나면 '피브린'이라는 단백질 작용으로 혈액이 응고되면서 더 이상 출혈을 방지하려는 과정이 일어난다.

하지만 뱀독에 들어있는 특정 단백질이 상처주변에 생긴 피브린을 분해시켜 버린다. 따라서 뱀에 물린 상처에는 혈액 응고가 일어나지 않아 혈관을 따라 뱀독이 온몸에 퍼지게 된다.

MSD의 아그라스타트(티로피반)은 혈액응고 방지제로 북살모사의 독성분을 배양해 개발됐으며 급성 심장질환자에게 투여되고 있다.

그 밖에도 뱀독은 항암제와 안질환 치료제의 성분(?)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2년 연세대 의과학과 정광회, 김두식 교수 연구팀이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맹독사 까치살모사의 독에서 항암 물질을 발견했다.

뱀독은 크게 신경계를 자극하는 호흡 장애와 심장 활동을 마비시키는 신경성 독과, 혈관계통에 영향을 끼치는 혈액성 독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까치살모사는 혈액성 독에 해당한다.

공동연구자인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김두식 교수는 “살모사의 독이 갖고 있는 성분들 중 하나인 ‘삭사틸린’이라는 단백질은 동물 실험에서 암 전이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고 말한다.

이어 “특히 폐암세포에 대해 중점적으로 연구했고, 이 삭사틸린은 암세포가 성장하기 위해 새로 혈관을 만들거나 혈관 안쪽 세포에 달라붙는 것을 억제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다”고 설명한다.

 

메디컬투데이 이희정 (euterpe@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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