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세포 '염증 경로' 차단하면 암세포 사멸

이승재 의학전문기자

eccthomas@mdtoday.co.kr | 2026-05-08 08:07:24

▲ 췌장암 세포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유발한 염증에 '중독'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취약점이 발견됐다. (사진=DB)

 

[mdtoday = 이승재 의학전문기자] 췌장암 세포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유발한 염증에 '중독'되어 있으며, 이 과정에서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취약점이 발견됐다.

췌장암의 성장을 돕는 특정 염증 경로를 차단할 경우 암세포를 사멸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렸다.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아 생존율이 매우 낮은 치명적인 암이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가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제에 대한 저항성이 강해 새로운 타겟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위스타 연구소(The Wistar Institute)와 크리스티아나케어 공동 연구팀은 암세포 내부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망가지면서 발생하는 '가짜 감염 신호'가 오히려 암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많은 암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구조를 유지하는 핵심 단백질인 'Mic60'이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Mic60이 없는 미토콘드리아는 형태만 남은 '유령 미토콘드리아(Ghost mitochondria)' 상태가 되어 강력한 염증 신호의 중심지가 되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 결과,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는 막으로 단단히 밀봉되어 있지만, Mic60이 부족한 미토콘드리아는 막에 결함이 생겨 내부의 이중나선 RNA(dsRNA)가 세포질로 새어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포 내부의 감시 시스템은 이 유출된 RNA를 바이러스 감염 신호로 오인하고, 이를 감지하는 센서 단백질인 TLR3와 TRAF6를 활성화해 대규모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

놀라운 점은 췌장암 세포가 이 염증 반응을 단순히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성장을 위해 염증에 완전히 '중독'된다는 사실이다. 암세포는 이 염증 신호 없이는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치료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취약점이 된다.

실제로 연구팀이 약물을 사용해 TLR3와 TRAF6 센서 단백질을 차단하자, 건강한 세포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은 반면 췌장암 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했다.

또한 마우스 모델 실험에서도 이 경로를 차단했을 때 췌장암 종양의 성장이 멈추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미토콘드리아에서 유출된 RNA가 유발하는 '염증 중독'이 췌장암의 치명적인 약점이며, 이를 공략하는 것이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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