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늘어나는 사망자···피해 인정 사례는 0건
남연희
ralph0407@mdtoday.co.kr | 2024-04-23 07:44:11
[mdtoday=남연희 기자] 지난 2월 19일부로 운영되고 있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이달 17일 기준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총 2392건의 사례가 상담됐고, 678건은 피해사례로 신고 접수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의료공백으로 피해를 입은 인정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피해신고·지원센터는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자의 의료이용 불편 해소를 돕고 피해자 소송 등 법률상담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설치됐다. 법률상담지원은 법무부와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파견한 변호사들이 함께 서비스한다.
지난 2월 23일 의식 장애를 겪던 80대가 심정지 상태로 구급차에 실려 갔다. 전문의·의료진 부재 등을 사유로 병원 7곳에서 수용 불가 통보를 받고 53분 만에야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 도착했지만 사망했다.
지난달 22일 충북 충주에서 전신주에 깔린 70대 여성이 상급병원으로부터 이송 거부를 당한 끝에 결국 숨졌다.
구급대원들은 발목을 크게 다친 이 여성을 긴급 후송하려 했지만 ‘마취과 의사가 없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구급대 이송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 여성은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충북 충주시내 모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복강 내 출혈이 발생해 외과 의료진이 있는 경기도의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 사고 9시간여 만에 사망했다.
같은달 26일 50대 급성 심장질환 환자가 응급 수술 병원을 찾지 못해 4시간여 만에 울산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지만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구급대원은 이 남성을 구급차에 태우고 부산 주요 대형 병원 10여 곳에 문의했으나 “응급실에 의사가 없다” “응급실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과 함께 수용을 거부당했다.
남성은 10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았고 에크모(체외산소공급 장치)까지 장착한 뒤 수술 후 3일째에 의식을 되찾았지만 심장 기능이 돌아오지 않아 숨졌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보은에서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된 생후 33개월 여자아이가 응급치료 후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을 추진하다 거부당하던 와중에 숨졌다.
경남 김해에서 밭일을 하던 60대 여성이 가슴 통증을 호소, 응급실을 찾지 못해 부산까지 이송됐지만 5시간 만에 사망했다. 지난달 31일 발생한 일이다.
신고를 받은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 후 경남지역 등 소재 병원 6곳에 연락을 취했지만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모두 거절당했다. 그는 대동맥박리로 진단받았다.
대한응급의학회는 대동맥박리 사례를 두고 “흉부외과는 20년째 전공의 지원이 적은 탓에 전공의에게 의존하지 않은 지 꽤 됐다. 전공의 사직 사태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했다.
보건당국은 사망과 의료 공백의 연관성 등에 대한 조사 중이다.
지난 3월 6일 부산시 지정 한 공공병원에서 심근경색 진단을 받은 90대 할머니가 지역 대학병원에 전원을 문의했으나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울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망사건이 의사 집단행동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전은정 즉각대응팀장은 온라인 설명회에서 “보건복지부와 부산시가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다녀온 결과, 의료기관의 환자 치료 거부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부산 병원의 경우 해당기간에 관련 과 사정으로 응급시술이 불가하단 내용을 중앙응급의료센터에 사전 공유했고, 이 사실을 중앙응급의료센터와 해당 병원에 확인한 바 있다. 해당 병원의 전문의 사정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전문의가 평시보다 적었던 상황과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공백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도 “(관련이) 없는 내용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의료공백 사태를 두고 의사단체들은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야기된 현 의료 위기 상황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제8차 성명서를 통해 “목전에 닥친 의료 붕괴의 상황에서 정부에 의료계와의 신속한 대화를 촉구한다”며 “의료계의 단일안은 처음부터 변함없이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라고 강조했다.
이어 “필수의료 위기의 해결책으로 의대 증원이 우선이 될 수 없다. 필수의료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공적인 자원인 의료를 국가가 책임지지 않고 사적인 영역에 방치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며 “의료 개혁은 OECD 국가와 같은 의료 환경으로의 시스템 개혁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17일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을 통해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내년에 전문의 2800명이 배출되지 못한다”며 “이는 한 해의 공백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위 필수의료의 현장은 더욱 암담한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이며, 학생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당장 내년에 의사 3000명이 배출되지 못한다. 의사 수의 7%인 전공의가 빠진 것은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기에 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대체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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