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에 보건소 HIV 검사·신고 반토막…감염관리 '빨간불'

2020년 보건소 HIV 검사 59%‧신고 54% 감소
조기 진단·관리 차질 우려…“예방 중심 정책 확대”

이재혁

dlwogur93@mdtoday.co.kr | 2022-03-28 07:54:57

▲ 최근 5년(2016~2020) 검사 주체별 국내 HIV 검사 현황 (그래프=질병관리청 주간 건강과 질병 제15권 제11호 발췌)

 

[mdtoday=이재혁 기자] 코로나19 유행 이후 보건소의 업무가 마비되며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보건소의 검사‧신고 건수는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코로나19 유행 중 HIV 검사 및 신고 규모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HIV 검사 규모는 지난 2019년 800만2268건에서 2020년 763만8191건으로 4.5% 감소했다.

국내 검사 규모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증가 추세를 보여 왔으나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이후 이례적으로 감소한 것.

검사기관별로 살펴보면 의료기관에서 검사 규모가 2.7% 증가했을 뿐 병무청, 대한적십자사 등 나머지 기관에서 모두 감소했다. 특히 보건소의 경우 검사 시행이 59.4% 급감했으며, 에이즈예방센터의 검사 시행도 2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HIV 신고 건수는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최근 5년간 1200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신고 건수는 2019년 1222건에서 2020년 1016건으로 16.9% 줄었다. 보건소의 HIV 신고가 367건에서 166건으로 54.8%나 감소했고 병의원에서의 신고도 2.9% 감소했다.

HIV 감염인은 HIV가 체내에 존재하지만 일정한 면역수치(CD4 200cell/㎣ 이상)을 유지하면서 몸에 뚜렷한 증상이 없는 상태다.

반면 에이즈 환자는 HIV 감염 이후 면역체계가 파괴돼 면역세포 수가 200cell/㎣ 이하이거나 에이즈라고 진단할 수 있는 특정한 질병 또는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말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HIV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돼 HIV에 감염됐더라도 빠르게 진단 받아 치료를 시작하면 당뇨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한 만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이에 일반인에게 접근성이 높은 보건소는 대표적인 공공 HIV 선별검사기관으로써 감염취약군에 대한 지속적인 검사를 지원해 감염인 조기발견 및 전파 예방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보건소에서는 검사 희망자에 대해 무료로 검사를 실시하고 익명검사를 제공하는 만큼 검사의 접근성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

문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보건소 HIV 검사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중순 기준 서울시내 25개 보건소 가운데 HIV 검사가 가능한 보건소는 강북구, 도봉구, 종로구, 강남구, 관악구 등 5개 보건소에 불과했다.

이렇게 검사 접근성 저하로 검진율이 줄어들면 신규 감염 신고 건수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2019년 신규 HIV 감염자 신고자 가운데 10명 중 3명(30.0%, 367명)이 보건소를 통해 파악됐으나 이 비중은 2020년 16.3%로 감소했다.

질병청 보고서 역시 검사‧신고 건수의 감소는 보건소의 HIV 익명검사 및 상담사업을 통해 검사받기 선호하는 취약층 인구집단 위주로 검사 시행이 감소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한편 HIV 신규 감염인 중 젊은 세대가 매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연도별 신고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HIV 신고 가운데 20대 비중은 33%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감염경로에 응답한 사람 가운데 약 99%는 성 접촉에 의한 감염으로 응답한 만큼, 청소년 시기의 HIV 예방‧홍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가족보건협회에서 지난 2020년 말 시행한 ‘청소년 AIDS 인식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중‧고등학생들은 HIV의 실태와 정확한 감염 경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인식조사 결과, ‘국내 10~20대 연령층에서 HIV/AIDS 감염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나’는 질문에 응답자의 79.4%는 ‘몰랐다’고 답했다. ‘알고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20.4%에 그쳤다. ‘매년 발생하는 신규 HIV/AIDS 감염자의 91.8%(최근 5년 평균)가 남성임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도 79.5%는 ‘몰랐다’, 20.3%만이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또한 ‘국내 HIV/AIDS 감염 전파 경로의 99%가 성접촉(성관계)임을 알고 있나’는 질문에선 ‘알고 있다’는 응답자가 57.6%로 나타났으며 ‘국내 10대 HIV/AIDS 감염자의 92.9%가 동성 간 접촉을 하는 청소년임을 알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82.3%나 ‘몰랐다’고 답했다.

아울러 HIV와 에이즈 관련 내용의 교육 경험 유무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70.1%는 교육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교육을 받았다는 응답자는 29.5%에 불과했다.

이에 현재 반토막이 난 HIV 검사‧신고율을 올리고 감염 예방 및 인식개선을 위한 홍보에도 힘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질병청은 현실적으로 코로나19 관리에 보건소 인력이 투입되는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인 만큼 예방 중심의 정책을 확대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적 여건하에서 운영 가능한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청 에이즈관리과 관계자는 “HIV 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보건소의 코로나19 업무가 끝나야 하는 게 가장 크다”며 “현재로써는 HIV 검사‧치료 수요를 에이즈예방센터 쪽으로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지표 변화는 자연감소가 아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 유행이 HIV 검사, 신고, 진료에 미친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용역도 진행 중이며 추후 결과가 나오면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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