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중독" 그 주체할 수 없는 욕망과 유혹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등의 불균형이 원인

김혜영

purephoto@mdtoday.co.kr | 2006-05-02 23:32:37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도무지 절제가 안돼요.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도 일단 명품관에 가면 구매충동을 참을 수가 없어 사들인 가방과 신발만해도 수십 개가 넘어요.”

김소영(26, 가명)씨는 이제 직장 2년 차인 새내기 사회인으로 월급은 15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마음에 드는 명품만 보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밤에 잠도 못 이룰 정도”라고 고백했다.

김 씨는 월급이 얼마 안되다 보니 직장에 들어와서 처음 만든 3개의 신용카드로 명품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얼마 안되던 할부금이 모이면서 이른바 ‘카드돌려막기’로 버티다 카드 값이 2천 만원이 넘어 결국엔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명품은 훌륭한 물건 혹은 뛰어난 작품을 뜻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고가의 물건이나 유명 해외브랜드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사용되며 유독 젊은 층에게 열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러한 명품이 국내 사회문제로 지적되는 까닭은 전혀 부유하지 않으면서도 명품에 지나친 애착을 가지며, 빚더미에 오른 서민들이 한 두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구에서 명품 로드샵을 운영하고 있는 이 모씨는 “명품을 찾는 대부분의 고객은 20대에서 30대 대학생이나 직장인으로 현금구매는 거의 드물고 카드 할부가 전 매출의 90%이상을 차지한다”며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할부가 가장 많고, 12개월 할부로 구매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정신의학회 관계자는 “명품중독은 스스로의 욕망과 충동을 억제한지 못해 발생되는 타 중독증세와 유사한 것으로 욕구 조절을 돕는 ‘도파민’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심각한 명품중독자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해보면 정상적인 쇼핑을 즐기는 사람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도파민은 세라토닌과 마찬가지로 뇌의 한 신경세포로부터 다른 신경세포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신경신경전달물질로, 세라토닌이 감소하면 극도의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반면 도파민의 과다는 지나친 흥분, 만족감 등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도파민 불균형 현상은 포옹, 키스, 칭찬, 승리 등 즐거운 일을 겪을 때 분비가 촉진되지만, 과도한 도파민은 정신분열증에서 나타나는 환각과 과대망상을 부르기도 한다는 것이 의학자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기존에는 알코올, 니코틴, 마약 등에 중독된 사람들의 경우 근본적인 원인을 개인의 성향 및 성격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도파민 등과 같은 신경물질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이는 뇌의 이상현상으로 심각할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더불어 이러한 신경전달물질 이외에도 자신의 경제 사정을 고려치 않고, 명품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경우 자신이 처한 사회적 신분이나 계층에 대한 피해의식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명품과 유사한 모조품이 성행하는 이유도 이와 유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명품을 쫒다가 패가망신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을 정도로 가진 자의 ‘부’를 맹목적으로 동경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은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양극화 현상으로 해석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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