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today=김미경 기자] 반려견이 수술이나 시술을 받은 뒤 출혈이 유난히 오래 지속되거나, 작은 상처에도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면 단순한 체질 문제가 아닌 혈우병과 같은 선천성 응고 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혈우병은 혈액을 굳게 만드는 데 필요한 응고인자에 문제가 생겨 출혈이 쉽게 발생하거나 지혈이 지연되는 질환이다. 평소에는 비교적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가 알아차리기 어렵지만, 중성화 수술이나 치과 처치, 내시경 검사처럼 출혈이 동반되는 상황에서 이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작은 상처 이후 출혈이 오래 지속되거나, 이유 없이 멍이 자주 생기고, 어린 시절부터 비슷한 문제가 반복됐다면 선천성 응고 장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혈우병은 하나의 병명을 의미하기보다는, 응고인자 이상으로 인한 출혈 질환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가 혈우병 A로, 혈액 응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제8응고인자가 부족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임상 현장에서 ‘혈우병’으로 진단되는 사례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혈우병 A에 해당하며, X염색체 열성 유전 특성으로 인해 수컷 강아지에서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 |
| ▲ 이승혁 원장 (사진=경기동물의료원 제공) |
혈우병 진단은 단순 혈액검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출혈이 의심되는 경우 혈액 응고 시간 검사와 함께 혈액이 굳는 과정을 평가하는 검사, 개별 응고인자 활성도를 확인하는 정밀 검사가 종합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수술이나 침습적 시술 전 응고 장애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할 경우, 시술 직후가 아닌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출혈이 반복되는 지연성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혈우병이 ‘완치’의 개념보다는 ‘관리’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점이다. 평소에는 특별한 치료 없이 지내는 경우가 많지만, 출혈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수혈을 통해 부족한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수술이나 시술이 예정돼 있다면 출혈 위험을 미리 평가하고 대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보호자가 질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출혈 상황에서 빠르게 병원에 내원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다면 예후는 크게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승혁 경기동물의료원 원장은 “반려동물에서의 혈우병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수술이나 시술 이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 출혈이 오래 지속됐던 경험이 있다면 반드시 의료진에게 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혈우병은 무조건 위험한 병이 아니라, 질환을 알고 준비하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출혈 시 신속한 수혈이 가능한 의료 환경과 보호자의 이해도가 아이의 예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보호자가 놓치기 쉬운 작은 출혈 신호 하나가 반려견의 치료 방향과 안전을 크게 좌우할 수 있는 만큼,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전문적인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