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검색

스트레스에 노출된 '소방관', 감염에 노출된 '국민'

보건ㆍ복지 / 김민정 / 2009-12-31 18:21:04
소방관 위한 전문병원은 한 곳도 없어 소방공무원은 외상후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국민은 소방장비의 살균장치 미흡으로 세균에 감염될 위기에 처했다.

15년간 소방공무원 일을 해온 임모(42·남)씨는 1995년에 사고로 동료를 잃었다. 임 씨는 화마에 그을리고 팔다리가 절단된 시체를 수습하느라 우울증에 빠졌지만 치료 한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임 씨는 “화기에 숨이 차 병원을 찾아갔더니 병원측은 어디에 이상이 있는줄도 몰라 폐내시경을 하려고 병원을 세차례나 옮겨다녔다”며 “외상 후에 물리적·정신적 치료를 받을 곳이 단 한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 씨는 “응급차 소독도 미흡하긴 마찬가지로 한 달에 딱 한 번 5분 한다”며 “환자 피를 뒤집어 쓰고 사는 우리도 세균에 노출돼 있지만 환자들도 위험하지 않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영남대학교 의과대학 사공준 교수는 대구시내 7개 소방서 소방공무원 총 934명을 대상으로 외상후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 21.5%가 이 증상을 경험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 수치는 캐나다 17%, 일본 17.7%를 훨씬 웃도는 비율이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외상후 스트레스는 방치해두면 증상이 심각해진다며 조기 치료시스템 구축에 목소리를 높였다.

위 조사를 실행한 사 교수는 “처참한 광경을 보고 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그 잔상은 머리에 남는다”며 “열심히 일을 한 이유로 정신적 외상을 입지만 외상을 관찰할 시스템도 없고 우울증·불안장애·공황장애를 그대로 방치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산업의학과 공유정옥 전문의는 “가까운 보건소로 바로 이송해 치료하는 방법에는 예산도 들지 않는데 정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소방관의 사망 원인으로 스트레스를 47.8%로 꼽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지만 소방방재청은 사망원인에 대한 통계조차 내지 않고 내년까지 R&D 사업을 추진한다는 말만 늘어놓고 있다.

특히 소방관을 치료하는 병원은 전국에 한 곳도 없고 화상진료센터를 만든 곳은 경찰병원이 유일하며 화상진료센터에는 외상후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곳이 부재하다.

이에 대해 소방방재청 소방정책과 김종근 계장은 “사실상 계획은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전문가들을 구성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해명했다.

이와 더불어 정치계 일각에서는 응급차와 응급차 내부가 제대로 살균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윤석 의원(민주당)은 구조·구급장비 소독기인 고압멸균소독기의 보급률은 46.6%, 자외선소독기는 34.9%에 불과했고 전남지역의 경우 고압멸균소독기는 12.6%, 자외선소독기는 18.4%에 그쳤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정현 의원(한나라당)은 “소방공무원의 건강을 지키는 일은 국민 대다수의 건강을 지키는 일인데도 정부는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준비중인 법안에 소방관들의 건강증진을 위한 조항을 포함시켜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방서 내에 소독실도 구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 5년간 소방관은 242명이 사망했지만 소방방재청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소방방재청 구조구급과 김경진 계장은 “예산도 부족하고 내년에 제대로 된 관리가 들어갈 것"이라며 “소독실은 필요하지만 관리시스템은 지자체와 함께 해야 한다”고 밝혔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sh1024h@mdtoday.co.kr)

[ⓒ 메디컬투데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어플

관련기사

소아·임산부 필수약 등 수급 불안정 7개 의약품 생산 확대 지원
민주당 산모·신생아 응급의료체계 개선TF, 고위험 산모·신생아 치료체계 개선 방안 논의
“공단이 조사·환수·수사까지”…의료계 이어 법조계도 건보공단 특사경에 우려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1년…중증진료 강화·일반병상 감축 성과
의료기사법 개정안, 국회 통과 불발…의료계 반발에 제동
뉴스댓글 >

정보격차 없는 경제뉴스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