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ADR인가? 중복상장인가?
박성하 기자
applek99@mdtoday.co.kr | 2026-05-18 14:31:33
[mdtoday = 박성하 기자] SK하이닉스의 미국 ADR 상장 추진이 단순한 해외 자금조달 수단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주주가치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회사는 엔비디아발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시장은 신주 발행이 기존 주주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는 신주 발행 방식이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상장을 통해 최대 10조~20조원 규모의 자금조달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주주와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현금흐름이 충분한 상황에서 지분 희석을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자사주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시장은 이번 ADR 추진이 단순한 자금 확보보다 미국 시장에서 밸류에이션을 다시 평가받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함께 저PBR·저PER 종목으로 분류돼 왔지만, 미국에서는 AI 반도체 프리미엄을 더 높은 배수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신주가 발행될 경우 국내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중복상장에 가까운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상장 지분이 해외 시장에서 추가로 풀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 논란이 과거 LG화학과 카카오 계열사 상장 논란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SK하이닉스가 대규모 신주를 발행하면 SK스퀘어 지분율이 2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SK하이닉스는 정부의 밸류업 기조에 맞춰 올해 12조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그러나 ADR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시장에서는 소각 직후 다시 신주를 발행하는 셈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강화된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HBM 경쟁이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 경쟁으로 바뀌고 있고, 용인 클러스터와 차세대 EUV 투자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도 대규모 현금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은 여전히, AI 시대의 기업가치 재평가 비용을 왜 기존 주주 희석으로 치러야 하느냐는 질문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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