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몸’ 성취로 여기는 사회적 압력이 의료용 마약류 처방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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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국의 성별화된 약물 오남용과 성인지적 정책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마약성 식욕억제제 투약 환자는 120만5439명이었다. (사진=DB) |
[mdtoday = 박성하 기자] 2022년 국내 여성 약 110만명이 중독성과 의존성 위험이 있는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한국의 성별화된 약물 오남용과 성인지적 정책의 필요성’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마약성 식욕억제제 투약 환자는 120만5439명이었다. 과거 공개된 성비를 적용하면 이 가운데 여성은 약 110만명으로 추산된다. 여성 비만율이 남성보다 낮은데도 식욕억제제 처방은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집중된 셈이다.
마약류관리시스템 자료를 활용한 분석에서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식욕억제제 여성 처방량이 남성의 12.9~17.3배에 달했다. 처방 건수보다 처방량의 성비가 더 높아, 여성들이 한 번에 더 많은 양을 처방받거나 더 오래 복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식약처 안전사용 기준은 펜터민, 펜디메트라진, 디에틸프로피온, 마진돌 등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를 비만치료 목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한다. 기본 처방 기간은 4주 이내이며, 최대 사용 기간도 3개월 이내로 제한된다. 어린이와 청소년 처방은 금기다.
그러나 2022년 처방 총량을 기준으로 역산하면 실제 복용 양상은 안전사용 기준과 거리가 있다. 처방받은 여성이 모두 기준대로 3개월만 복용했다면 투약 여성 수는 331만명이어야 하지만, 실제 추정치는 약 110만명이다. 반대로 전원이 1년 내내 복용했다면 82만명 수준으로 계산된다. 상당수 여성이 기준 기간을 넘겨 장기 복용했을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연령별로는 30~40대 여성의 위험 신호가 뚜렷하다. 2022년 기준 30대 여성의 약 5.6%, 40대 여성의 약 5.4%가 펜터민을 장기간 복용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청소년 처방 금기에도 10대 여성에게도 적지 않은 양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식욕억제제 펜터민은 알약 모양 때문에 ‘나비약’으로도 불리며,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손떨림, 두근거림, 어지러움, 불면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과다복용 시 혼란, 환각, 공황, 부정맥, 경련, 심근경색 등 심각한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실제 비만율은 30대 남성이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정상체중 30대 여성의 주관적 비만 인지율과 체중감소 시도율은 남성보다 훨씬 높다. 날씬한 몸을 성취로 여기는 사회적 압력이 의료용 마약류 처방으로 연결되고 있는 구조다.
정책 대응은 아직 처방·유통 규제 중심에 머물러 있다. 마약류 통계는 성별·연령·성분명별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지 않아, 어떤 집단이 어떤 약물에 더 취약한지 파악하기 어렵다. 성별·연령·성분명 교차 통계 공개, 의료진의 과다처방 자율규제, 약국 상담 강화, 여성 전용 중독치료 지원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메디컬투데이 박성하 기자(applek99@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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