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today = 김미경 기자] 분만 시 발생한 신생아 뇌성마비를 두고 의료진 과실 여부를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면서 의료계가 ‘분만 과실 중심’ 인식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뇌성마비 상당수가 산전 요인과 관련돼 있으며, 의학적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 과실 여부를 단정적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6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병훈·서미화 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모체태아의학회가 주관한 ‘분만과 뇌성마비: 의학적 사실과 상생 보상제도’ 토론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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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 (사진=김미경 기자) |
소병훈 의원은 “초저출생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한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는 것은 온 사회와 국가가 축하할 축복이지만 현실은 분만 중 의료 과실이 뇌성마비의 주된 원인이라는 오해와 인식이 널리 퍼져 있어 의학적 사실과 사법적 사이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사법 현장에서는 의학적 한계와 과실 책임의 정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고, 이는 종종 의료진에게 상당한 수준의 배상 책임으로 귀결되기도 한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법적 부담은 산부인과 전공의 기피와 분만 인프라 위축이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져 결국 산모와 태아의 안전한 분만 환경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미화 의원도 “축복이어야 할 분만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 가족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동시에 최선의 진료를 다하고도 무거운 책임과 부담을 안게 되는 의료진의 현실 또한 우리가 직면한 뼈아픈 과제”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토론회는 그 해법을 모색하는 소중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누는 고견들이 우리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보상제도 마련과 지속 가능한 의료 환경 조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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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현주 고려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사진=김미경 기자) |
첫번째 발제를 맡은 설현주 고려대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는 ‘뇌성마비의 원인과 분만의 기여도 최신 의학적 근거’를 주제로 뇌성마비가 전적으로 분만 중 저산소증에 의해 발생한다는 기존 인식은 최신 의학적 근거와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뇌성마비를 둘러싼 대표적 가설로 ▲신생아 허혈성 뇌병증의 원인이 모두 분만 중 저산소증인가 ▲저산소성 뇌병증이 모두 뇌성마비로 이어지는가 ▲의료진이 이를 예측·예방할 수 있는가 등을 제시한 뒤 “최근 연구는 이 세 질문 모두에 대해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 교수에 따르면 전체 뇌성마비 가운데 분만 과정의 저산소증이 원인이 되는 비율은 10~20% 수준에 불과하며 오히려 뇌성마비의 가장 강력한 위험 요소는 23~27주 사이의 조산이다.
설 교수는 “미숙한 뇌 상태에서 출생한 이후 뇌출혈 등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에 태반 기능 이상 등 산전 요인이 더해질 경우, 태아는 이미 취약한 상태에서 분만을 맞게 돼 정상적인 진통 과정조차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미 산전 단계에서 형성된 취약성이 분만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일 뿐, 이를 단일 원인으로 보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등 유전체 검사 기술 발달로 기존에 원인 미상으로 분류됐던 뇌성마비 환자의 약 25~30%에서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분만 중 모니터링 이상과 MRI상 뇌손상 소견만으로 의사의 수술 지연 과실로 여겨졌던 사례 가운데 실제로는 저산소증 노출 없이도 뇌손상을 보이는 희귀 유전자 이상이 확인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다”고 전했다.
분만 과정에서 핵심 근거로 활용되는 전자태아심박동 모니터링(EFM)의 한계도 함께 언급됐다.
분만 중 약 84%에서 태아 심박동 감소가 관찰되며, 대부분은 카테고리2에 해당하는 애매한 소견인데, 이러한 이상 소견은 매우 흔하지만 실제로 뇌성마비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설 교수의 설명이다.
심각한 모니터링 이상을 보인 경우에도 신제 뇌성마비 발생률은 0.2%에 불과했다는 과거 연구도 있다.
설 교수는 “현장에서는 의사가 다양한 임상 정보를 종합해 판단하지만, 사후적으로 특정 시점의 모니터링 결과만으로 과실 여부가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며 “모니터링 장비만으로는 뇌성마비나 태아 산증을 후향적으로 정확히 예측할 수 없음에도 소송에서는 기록이 의사를 옥죄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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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순민 연세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 (사진=김미경 기자) |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순민 연세대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신생아 뇌손상과 장기예후’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순민 교수는 “보호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분만 사고로 생긴 것인가’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다”며 “뇌성마비 사례의 70~80%는 분만 시작 전인 임신 중 산전 요인에 기인하며, 순수하게 분만 중 발생한 고립된 저산소성 사건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경우는 10~14%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뇌성마비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며 저산소 발생 시점 예측의 어려움과 모니터링의 낮은 특이도, 불가항력적 상황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교수는 뇌손상 발생 기전으로 ‘Two Hit’ 가설을 제시했다. 산전 융모양막염이나 태아 성장 지연 등으로 이미 취약해진 태아의 뇌가 분만 과정의 스트레스를 추가로 받으면서 뇌 손상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의료 과실 여부 판단과 관련해서는 제대동맥혈 가스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출생 직후 탯줄 동맥혈의 pH가 7.0 이상 정상이라면 분만 직전 태아에게 뇌손상을 일으킬 만한 중대한 대사성 산증, 즉 저산소증이 없었다는 강력한 객관적 근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맥혈과 정맥혈을 구분하지 않으면 결과 해석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며 검사 정확성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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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화진 변호사 (사진=김미경 기자) |
마지막 발제를 맡은 유화진 변호사는 ‘분만 관련 뇌성마비 소송의 최근 판례 동향과 쟁점’을 주제로 분만 관련 소송과 관련해 법적 판단의 한계를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태아심박동 이상, 분만 지연, 제왕절개 결정 시점 등이 주요 쟁점이 되며 일부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유전자 이상인지, 분만 과정 중 손상인지 명확히 단정하기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의학적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는 과실과 불가항력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고 판결 역시 사후적 해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개별 소송 구조가 지속되면 의료진 부담이 누적돼 분만 인프라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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