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 - "달리는 종합병원"…택시기사 정신건강도 빨간불

화려한 '호텔' 속 성희롱·각종 질환으로 멍든 '룸메이드'

노동 / 김민정 / 2010-01-05 18:50:26
근골격계 질환에 무방비 노출, 객실 먼지는 1년에 한 번 측정 호텔신라와 르네상스호텔 등 서울시내 대표적 호텔의 룸메이드는 성희롱에 노출됐고 근골격계 질환 등에 시달리지만 몇 년째 이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김양지영 조사연구부장은 2006년 용역 실태파악을 위해 한 달간 호텔에서 룸메이드로 근무했다. 그 결과 몸 여기저기에 멍이 생기고 베딩을 하는 과정에서 손 또한 멍이 들고 갈라졌다.

김양 씨는 발표문을 통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을 뻔한 적도 있고 눈에 먼지가 자주 들어가 눈이 충혈되고 눈썹 위에는 먼지가 쌓였다”며 “객실은 사적공간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고객들 중에는 룸메이드에게 객실 편의용품을 요청해놓고 자신의 성기를 노출시키거나 재실청소를 하는 중에 침대에 누워 포르노를 틀어놓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여성노동조합은 2006년 노동건강연대와 함께 룸메이드 131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룸메이드의 74%는 쉬는 시간 없이 중노동에 시달리고 이 가운데 67%는 근골격계 질환을 겪는다고 밝혔다.

또한 합성세제나 먼지 등 부적절한 작업환경으로 인한 사고 및 질환 발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룸메이드 작업장의 유해 요인으로는 먼지가 65.6%, 무거운 도구 및 기구의 조작이 38.4%, 합성세제가 36.3%로 꼽혔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객실내 공기질에 대한 관리, 근골격계 예방을 위한 휴식시간 등 정확한 가이드라인으로 룸메이드의 건강이 관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정최경희 교수는 “조사를 해보니 룸메이드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고 있었다”며 “건강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지만 현재 룸메이드는 평생 가는 질환을 그냥 참고만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영남대학병원 산업의학과 사공준 교수는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따르면 ‘미세먼지’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치를 넘으면 호흡기 점막 질환과 눈 충혈 등이 일어날 수 있다”며 “합성세제 중 락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사용되면 중독이 일어날 수 있고 얼마나 노출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시내 대표적 호텔들은 이에 대한 대책에 무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매출 1조원을 넘어선 호텔신라와 용역·호텔간 분쟁에서 고등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르네상스호텔의 경우 작업장의 공기질 문제, 룸메이드 건강 문제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특히 객실의 공기질은 환경부의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오염물질 PM10은 150 ㎍/㎥ 이하로, CO₂1000ppm 이하, HCHO 100㎍/㎥ 이하, CO 10ppm 이하로 관리해야 하지만 각 호텔측은 1년에 딱 한 번 객실 공기질을 조사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호텔계는 룸메이드를 위한 시설이나 장치, 휴게실을 구비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복지마저 외면하는 실정이다.

호텔신라와 르네상스호텔 관계자는 입을 모아 “최근에 신종플루와 관련해서 예방접종을 했지만 그 외에 딱히 복지를 신경쓰진 않는다”며 “룸메이드만의 휴게소를 따로 만들진 않고 용역 쪽에서 해결할 문제”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이에 대해 노동건강연대와 전국여성노동조합 측은 노동부가 호텔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노동부는 유해요인으로 ‘근골격계부담작업의 범위’를 고시해놓았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없다.

특히 미국의 각 주들은 구체적 건강지침서를 마련중이고 캘리포니아에는 ‘working safer and easier'라는 건강 지침서가 정부 차원에서 마련돼 있지만 노동부의 고시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자료입력 등을 위해 키보드 또는 마우스를 조작하는 작업’, ‘하루에 총 2시간 이상 목, 어깨, 팔꿈치, 손목 또는 손을 사용해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작업’ 등 11개 조항으로 구성돼 룸메이드의 특이성을 고려한 조항은 부재한 상황이다.

전국여성노동조합 서울지부 허장휘 지부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보상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산재 신청이 전혀 안된다”며 “노동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사측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부는 사업주가 해결할 문제이고 취약계층이라도 당사자가 직접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이상 나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근로자건강보호과 김정연은 “사업주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일은 하고 있고 유해요인도 명시하고 있다”며 “근로자들은 사측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지 노동부 쪽에는 요구사항을 말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sh1024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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