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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인쇄사업장, 알고보면 노동자 '건강무법지대'

노동 / 김민정 / 2010-01-20 18:24:31
일급발암 물질에 노출, 유기용제 대책은 '미비' 서울 중구의 인쇄사업장 노동자는 벤젠 등을 포함한 유기용제에 노출돼있지만 안전교육·보호구는 마련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인쇄소에서 20년 가까이 인쇄기를 만져온 최모(남·40)씨는 “큰 작업장에서는 대기질 관리도 하고 글로브도 일회용으로 지급한다”며 “반면 우리처럼 영세한 인쇄사업장에서는 작업장이 더워 방독면을 쓰면 땀이 줄줄 나고 유기용제를 만질 때도 보호구가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씨는 “노동부는 50인 이하 영세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한다지만 소형지게차나 크레인 등이 지원됐을 뿐 유기용제에 노출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며 “특히 을지로는 집세가 비싸 작업장은 좁고 지게차도 못 들어가 손수레로 일일이 종이를 날라야 하는데 몸이 성하겠나”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노엔비커뮤니티의 김강윤 박사는 지난해 ‘인쇄사업장의 화학물질 관리 실태 및 의식조사’에서 서울 중구의 인쇄소는 2048개소에 이르고 5인 미만 사업장은 1519개소로 74.2%를 차지하고 있지만 건강 대책은 미흡했다고 밝혔다.

또한 인쇄사업장의 경우 에틸렌, 벤졸, 톨루엔 등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화학물질 관리 실태는 미흡해 설문 응답자 중 65.2%가 보호구를 차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사업장에는 국소배기장치가 설치되지 않았고 화학물질은 뚜껑이 열린 채 산재돼 있으며 잉크를 포함한 화학물질의 직접투입, 세척시 사용된 걸레가 작업장내에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쇄소 노동자가 어떤 질병에 노출됐는지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노동자·정부·사업주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녹색병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 곽현석 팀장은 “롤러를 교체하는 과정, 세척하는 과정에서 벤젠 등 일급발암물질을 포함한 유기용제에 노출 되지만 통계조차 나온 것이 없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영국의 인쇄소 관련 노조 ‘Graphical, Paper and Media Union’가 안전보건 캠페인, 안전보건 활동가 양성 등을 통해 관계자들의 힘을 모아 성공한 사례처럼 우리도 각 분야의 힘을 모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곽 팀장의 2006년에 실시한 영세사업장 유해물질 실태조사 결과에서 사업장의 64.7%는 작업환경측정을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

이와 더불어 을지로 지역의 인쇄소는 작업장이 협소해 지게차가 들어갈 수 없어 종이를 손으로 나르는 사람이 따로 있는 등 수작업이 대부분이라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경인지역인쇄지부 최영현 부지부장은 "무거운 종이를 쌓아 허리가 남아나질 않는다"며 "손수레를 끌고 가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고 허리·손목·관절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부는 산업재해의 약 70%를 점유하는 50인 미만의 사업장에 대해 ‘CLEAN 사업’을 벌여 지원을 독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인쇄소에 배정된 지원은 지난해 33개 인쇄소당 3억6000만원, 2008년 113개 인쇄소당 110억원에 불과해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각 직업군별로 특화된 대책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도 알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달리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민정 (sh1024h@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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