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today = 최민석 기자] 걸음걸이가 갑자기 이상해지고, 소변을 자주 지리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치매보다 먼저 의심해야 할 질환이 있다. 바로 수두증(Hydrocephalus)이다. 치매로 오인되기 쉽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수술로 극적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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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용재교수 (사진= 경희대학교의료원 교육협력 참조은병원 제공) |
뇌 안에 물이 쌓이는 병
뇌와 척수 주변에는 뇌척수액(CSF)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제거한다. 정상 상태에서는 뇌척수액의 생성과 흡수가 균형을 이루지만, 이 균형이 깨지면 액이 뇌실에 비정상적으로 고이면서 뇌 조직을 압박하게 된다.
수두증 가운데 고령층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유형이 정상압 수두증(NPH)이다. 65세 이상에서 흔히 발생하며, 뇌척수액 흡수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뇌압은 정상 범위를 유지하면서도 증상이 서서히 악화되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세 가지 증상이 핵심 신호
정상압 수두증의 대표 증상은 보행 장애 · 배뇨 장애 · 인지 기능 저하 세 가지다.
보행 장애는 가장 먼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발을 끌듯이 걷고 보폭이 짧아지며, 마치 발이 바닥에 붙는 듯한 이른바 '자석 보행'이 특징이다. 배뇨 장애는 환자의 절반 이상에서 확인되며, 소변을 참지 못하거나 자신도 모르게 지리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인지 기능 저하는 환자의 60~70%에서 발생하는데, 기억력 감퇴와 행동 둔화가 알츠하이머 치매와 흡사해 오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세 증상이 반드시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보행 이상만 먼저 생기거나 배뇨 문제만 단독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하나라도 의심된다면 전문의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과 치료: 수술이 근본 해법
진단은 MRI·CT 영상 검사로 뇌실 확장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후 요추 천자를 통해 뇌척수액 30cc를 빼낸 뒤 보행과 인지 기능 개선 여부를 평가하는 뇌척수액 배액검사 (CSF tap test)를 시행해 수술 효과를 미리 가늠한다.
치료의 핵심은 수술이다. 약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가장 널리 쓰이는 단락술(Shunt Surgery)은 가는 관을 뇌실에 삽입해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흘려보내는 방법으로, 환자의 60~90%에서 효과가 확인된다. 수술 후에는 보행 능력이 가장 빠르게 개선되며, 요실금 감소와 인지 기능 회복도 뒤따른다. 다만 일부 환자는 호전까지 6개월 이상이 소요되므로 꾸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치매 단정 전에 신경외과 먼저"
경희대학교의료원 교육협력 참조은병원 신경외과 이용재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은 치매와 달리 수술로 일상 회복이 가능한 '치료 가능한 치매 유사 질환'이다. 65세 이상에서 걸음걸이 변화, 반복적인 요실금, 급격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치매로 단정 짓기 전에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감별 진단을 받아볼 것을 권한다.” 고 말한다.
메디컬투데이 최민석 기자(biz@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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