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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전공의 유죄 판결에 의료계 반발 확산…“어느 의사가 응급실에서 적극적인 진료하겠나”

병원ㆍ약국 / 김미경 기자 / 2026-05-11 17:58:43
(사진=AI 생성 이미지)

 

[mdtoday = 김미경 기자] 법원이 음주 상태의 뇌경색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들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의료계 안팎에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11일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사법의학의 폭력 아래 응급의료 현장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이번 판결은 그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충남 천안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음주 상태로 복통과 구토, 의식 장애 등 뇌경색 증상의 20대 환자가 이송됐다.

검찰은 의료진이 신경학적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뇌 CT 검사만 진행한 뒤 환자를 퇴원시켜 뇌경색 악화와 신체 일부가 마비되는 영구적 장애를 초래했다고 판단하고, 당시 응급의학과 전공의였던 의사 2명을 기소했다.

이에 대전지법은 이들의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인정해 각각 금고 10월, 금고 8월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응급실은 모든 질환을 완벽하게 확진하는 공간이 아니다”라며 “제한된 시간과 인력,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가장 위급한 상황을 우선 배제하며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 구토, 의식저하, 신경학적 증상이 혼재된 환자에서 초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의료현장의 상식”이라며 “결과론적 판단만으로 당시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묻는다면 앞으로 어느 의사가 응급실에서 적극적인 진료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을 경험해보지 못한 채 결과만으로 의료행위를 재단하고 형사처벌을 남발한다면 결국 남는 것은 방어진료와 필수의료 붕괴뿐”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를 위한 의료정책을 생각하는 사람들(환의사)' 역시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이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 자체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는 위험한 선례”라고 주장했다.

환의사는 당시 환자가 과음 상태에서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의료진이 혈액검사와 뇌 CT 검사까지 시행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한 환자 질환이 20대에서는 드문 척추동맥 박리에 의한 중뇌동맥 경색이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음주 상태로 의료진 지시에 제대로 협조하기 어려웠다는 점 역시 의료현장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주장했다.

환의사는 “응급실은 제한된 시간과 인력 속에서 수많은 환자를 동시에 감별해야 하는 공간”이라며 “모든 환자에게 모든 중증질환 가능성을 전제로 완벽한 진단을 즉시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연령층에서 극히 드문 질환까지 초기 단계에서 반드시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면 어느 의사가 응급실에서 적극적인 진료를 감당하려 하겠느냐”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진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은 결국 필수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떠나게 만들고 응급실을 비우게 만든다”며 “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기회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우리 사회는 의료행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곧바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구조를 방치해 왔다”며 “이는 결국 의료를 범죄 위험이 상존하는 행위로 만들고 있고, 의료진으로 하여금 환자를 살리기 위한 과감한 판단보다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진료에 몰두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방어적 진료가 만연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로, 의사들은 조금이라도 위험성이 있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하기보다 상급병원으로 전원하려 할 것이고, 고위험 시술이나 응급처치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환의사는 끝으로 “이번 판결이 항소심에서 더욱 균형 있고 신중하게 재검토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며 “대한민국의 응급의료와 필수의료를 지키는 일은 곧 국민의 진료받을 권리를 지키는 일이며, 의료진이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환자를 살리겠다는 사명감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사회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김미경 기자(sallykim0113@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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